'내편 네편'만 있는 혼돈의 시대
파이낸셜뉴스
2025.03.16 18:15
수정 : 2025.03.16 18:15기사원문
그렇게 태백산맥을 만났다. 무협지 읽듯 10권을 쉬지 않고 읽었을 만큼 재미있었다. 내용도 당시 교과서에서 접할 수 없는 것이었다.
전남 보성군 벌교를 무대로 이뤄지는 이야기는 해방 후 혼돈의 한국 사회를 그렸다. 지식인들은 좌익과 우익으로 극명하게 나뉘었다. 좌익이 마을을 잠시나마 지배했을 때 그들은 우익 사람들을 인민재판이라는 명분으로 처벌했다. 좌익이 물러나고 우익이 다시 마을의 지배권을 되찾자 그들은 좌익 연루 혐의자들을 색출하고 죽였다. 좌익과 우익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소시민들은 이념을 강요당했다. 복수가 복수를 낳는 가운데 한쪽 편에 서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였다. 좌익도 우익도 아닌 중간자적 입장을 보인 인물은 양쪽 모두에게서 배신자 소리를 들었다. 그렇게 한동안 혼돈의 시간을 보냈다.
"미국이 돌아왔다"는 선언으로 100분간 연설한 트럼프는 통합보다는 분열의 메시지를 전했다. 지지세력을 위한 연설이었다. 민주당 인사들을 비판할 때는 '극단적 좌파 미치광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2017년 1기 의회 연설 때는 그렇지 않았다. 당시 트럼프는 '미국의 위대함 회복'을 주제로 모든 미국인(all Americans)의 단합과 협력을 촉구했다. 특히 '모든 미국인'이라는 표현을 4차례 사용하며 통합의 의지를 드러냈다.
미국 언론들은 혹평을 쏟아냈다. 미국 언론들은 통합과는 거리가 먼 연설이었다고 꼬집었다. AP통신은 "대통령의 의회 연설은 보통 국력을 기르기 위한 통합을 요청하는 시간이지만 트럼프는 달랐다. 대선 승리에 대한 자축과 민주당에 대한 비판으로 채워진 그의 연설은 집요하게 당파적이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트럼프가 통합에 대한 당부는 거의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나마 민주당과 의견이 일치할 수 있는 중국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외신도 이를 콕 집었다. 한 외신은 미국 정치권이 유일하게 통합할 수 있는 분야는 '중국'이라고 지목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펜타닐 유입 단속을 언급할 때조차 중국이 아닌 멕시코와 캐나다에 초점을 맞췄다. 결국 통합의 키워드가 사라진 미국은 '내편 네편'만 남았다. 최근 테슬라 차량 화재 등이 빈번하게 발생했고, 트럼프도 이를 테러로 규정했다.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등극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겨냥한 것으로 의심된다. 양극단으로 분열된 미국은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며 혼돈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에게도 운명의 한 주가 시작됐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나라가 두 쪽으로 분열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심리적 내전 상황이라고까지 이야기한다. 어떤 결론이 도출되더라도 이제 우리는 통합의 시간을 가져야 하며 통합을 이야기할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내부 분열이 아닌 국론 통합으로 그동안 멈춰 있었던 한국 경제의 시간을 다시 돌려야 한다.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5%로 전망했다. 관세전쟁이 심화되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여기에다 국내 주요 산업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배터리, 석유화학, 반도체 등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산업들이 주춤하고 있다. 외신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존재감은 사라졌다. 한국호를 구할 수 있는 것은 분열이 아니고 통합이며, 통합만이 지금의 혼돈을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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