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용 농진청 기술협력국장"개도국엔 해법 중기엔 수출기회..농업 ODA해외진출 발판"
파이낸셜뉴스
2025.03.23 14:33
수정 : 2025.03.23 14:3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파키스탄은 세계 9위의 감자 생산국이지만 감자 재배의 출발점인 씨감자는 수입에 의존해왔다. 품질과 생산성을 담보할 수 없는 구조였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무병 씨감자 기술을 기반으로 파키스탄이 지난해 165t의 씨감자를 자체 생산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현재에는 씨감자 종합 생산단지가 확장 준공됐다. 파키스탄정부는 이 사업을 국책과제로 채택했고 오는 2028년까지 16만톤 보급, 씨감자 수요 30%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김황용 농촌진흥청 기술협력국장은 “이제는 기술만 주는 ODA 시대는 지났다"며 "현지 여건에 맞는 다양한 농기자재를 투입해 한국 수출을 함께 만드는 산업형 협력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농진청은 현재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20개국에 '해외농업기술개발센터(KOPIA)'를 운영 중이다.
단순한 기술 이전 방식이 아니라, 현지 연구자와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함께 해결책을 만드는 방식이다.
수원국 정부기관이 직접 참여하기 때문에 기술에 대한 수용성이 높고, 정책 연계 효과도 높다. 지금까지 이같은 방식으로 시범마을 중심의 패키지 기술 적용 사례는 28건에 달한다.
대표적 성과 사례는 지난 2020년 문을 연 파키스탄 KOPIA센터다. 이곳에선 수경 재배, 망실하우스, 태양광 발전시설 등 현지에 맞는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고, 연구원을 초청해 조직배양과 생산기술을 교육했다.
이후 파키스탄 정부는 이를 국책사업으로 채택해 250만달러를 공동 투자하고 있다.
아프리카 우간다 오렌지 시범마을도 주목할만 하다. 수형관리, 빗물 활용 등의 기술이 적용한 결과 오렌지 생산성이 206%, 농가소득은 156.8% 증가했다. 이 프로젝트는 2025 세계정부정상회의(WGS)에서 ‘Global Future Fit Award’를 수상하며 국제적 모범사례로 평가받았다.
농진청은 KOPIA를 발판 삼아 국내 농기자재 수출과 연계한 ‘산업형 국제협력 모델’을 본격화하고 있다.
김 국장은 “KOPIA는 단순한 문제 해결 플랫폼이 아니라 한국 농산업 기업의 해외 진출을 실증할 수 있는 테스트 베드"라고 강조했다.
우즈베키스탄 낙농 ODA 사업은 대표 사례다. 국내 여러 중소 수출기업이 참여해 인공 수정, 사양, 질병관리 기술을 통합한 ‘K-낙농 기술패키지’를 제공했다. 이 패키지에는 번식, 사양, 질병관리 기술 관련 농기자재 및 동물약품 등이 포함됐다.
결과적으로 현지 젖소의 하루 산유량은 급격히 증가했다.
김 국장은 "성과가 축적되면 우즈베키스탄을 거점으로 삼아 중앙아시아 전역의 거대한 낙농산업 전후방 수출시장 진출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국의 농기자재 수출은 아직 품목과 지역 모두 편중되어 있다. 전체 수출의 72%가 미국에 집중되고, 품목도 트랙터(71.5%)가 수출 품목 대부분을 차지한다. 농기계 업체 630여곳 중 90%가 소상공인(직원 10명 미만)이다. 기술은 있지만 해외 진출 역량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김 국장은 “개도국은 복잡한 농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맞춤형 솔루션을 원한다"며 "우리는 하이테크를 가진 나라지만 중간 수준(Mid-Tech) 기술이 개도국에 더 적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농진청이 구축한 해외 ODA 인프라를 중소기업의 실증 기지로 제공하면, 자체 역량이 부족한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효과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농진청은 토양관리부터 파종·방제·수확·저장까지 통합된 ‘농기자재 패키지’를 수출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 국장은 “예전에 목화씨 하나로 삼베에서 솜옷으로 나아갔듯 한국의 농업기술은 개도국의 생존 문제를 해결할 실질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며 "기술로 자립을 돕고 수출로 산업을 키우는 ODA의 모델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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