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과 정쟁 탓에 무산 위기 놓인 반도체특별법
파이낸셜뉴스
2025.04.09 18:08
수정 : 2025.04.09 18:08기사원문
주 52시간 문제로 끝내 합의 실패
허송세월에 반도체 경쟁력 뒤처져
협치는커녕 남 탓만 하며 시간만 허송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는 지난 8일 반도체특별법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종결했다. 국민의힘은 주 52시간 예외조항 없이는 절대 처리 못한다고, 민주당은 이것 빼고 우선 처리하자며 맞섰다. 정부 보조금과 세제 혜택 등에는 여야가 합의했지만 주 52시간제에서 막혔다. 결국 법안은 보류됐고, 두달간 선거 국면에서의 처리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민주당은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처리방안까지 꺼냈지만 상임위를 거쳐 본회의까지 가는 데 길게는 1년가량 걸려 무의미하다. 당리당략에 빠져 꼭 처리해야 할 경제법안을 결국 무산시킨 여야의 행태는 두고두고 비판받을 것이다.
이렇게 지난해부터 발의된 반도체산업 관련 법안이 9개에 이른다. 그러나 고소득 연구직의 주 52시간제 예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을 추가한 법안을 국민의힘이 발의한 지난해 11월 이후 여야는 완전히 틀어졌다. '주 52시간제 예외'가 특별법 몸통을 흔드는 양상이 돼버렸다. 민주당은 이재명 전 대표가 근로시간 유연화를 수용할 입장을 내비쳐 진전되는 듯했다. 그러나 당내 강경파와 노동계 반대가 거세지자 수용 불가로 돌아섰다. 정부는 하는 수 없이 근로기준법에 준해 연구개발(R&D) 분야의 연장 근로기간 규정을 보완, 수월하게 바꿨는데 임시방편일 뿐이다.
경직된 주 52시간제 규정을 유연하게 바꿀 필요는 있다. 방향은 맞다. 반도체는 시간싸움이다. 우리만 근로시간 규제에 묶여 경쟁국 추격을 눈뜨고 당할 수는 없지 않은가.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특별법에는 주 52시간 말고도 보조금 지원과 반도체산업본부 가동, 특별회계 수립 등의 중요한 내용이 많다. 노사 간 이해가 첨예한 근로시간 문제가 반도체산업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우리만 손해다.
일본은 TSMC 합작 반도체공장을 허가에서 가동까지 3년 안에 끝내고 제2공장까지 착공했다. 이보다 먼저 시작하고도 첫 착공까지 6년을 흘려보낸 경기 용인 반도체산단의 실패 사례를 잊어서는 안 된다. 여야가 협치해 '선 모수조정, 후 구조조정'의 국민연금 개혁안을 처리하지 않았나. 반도체산업과 첨단산업 연구직의 주 52시간제 규제 완화는 계속 논의한다는 전제로 반도체산업특별법안을 우선 처리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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