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파행 이유..전북 ‘눈대중 부지’-여가부 ‘허위보고’
파이낸셜뉴스
2025.04.10 14:00
수정 : 2025.04.10 14:00기사원문
실무진 檢수사 넘겨지는 가운데
여가부 장관은 모르쇠로 넘어가
[파이낸셜뉴스] 2023년 8월 전라북도 새만금 일대에서 개최된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파행된 데에는 모든 준비 단계가 부실했기 때문으로 10일 드러났다.
감사원이 이날 발표한 잼버리 추진 실태 감사 결과보고서에는 전북이 ‘눈대중’으로 부적합 부지를 선정하는 것부터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의 장관이 국무회의에 준비상황을 허위보고 하기까지 잼버리 유치부터 개최까지 비위와 미숙한 대응이 즐비했다.
부적합 부지에 허위 개발계획..文정부, 농지기금 1800억 들여 매립 강행
먼저 전북이 잼버리 유치를 위해 2015년 8월 새만금 지구 내 관광·레저용지 1지구를 후보지로 결정하는 과정부터 소홀했다.
해당 부지는 내부 소하천이 있고 지반이 낮아 침수 위험이 있어 야영을 위해선 매립이 필요했다. 하지만 전북은 제반 여건 검토 없이 육안으로만 현장을 둘러보고 후보지로 선정했다.
잼버리부지의 야영지 개발 시기도 개최 계획서에 허위로 표기했다. 전북개발공사가 잼버리부지를 2019년까지 개발한다는 2010년 당시 보고서만을 근거 삼았는데, 정작 해당 사업 계획은 2015년 5월 변경돼 완료 시점이 2022년으로 늦춰졌다. 또 개발 계획도 없었던 새만금청이 관광·레저용지 개발 예정이라는 허위내용도 포함됐다.
후보지 평가위원들은 감사 과정에서 이 같은 개최계획서상 허위내용들이 부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을 내놨다. 감사원 관계자에 따르면, 평가 당시 개발 계획이 허위라는 게 드러났었다면 유치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다.
후보지 확정 이후에 인지된 매립 필요성, 또 그늘을 마련키 위한 포플러 10만그루 식재도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추진됐다.
부지가 부적합함에도 대체부지도 검토하지도 않고, 사용목적이 맞지 않은 농지관리기금 1845억원을 들여 매립을 강행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가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2년이 돼서야 매립이 완료돼 포플러 나무를 심을 시간이 부족했고 대안인 이동형 화분 설치와 덩굴터널도 예산 부족과 생육 부진으로 좌절되면서, 미봉책으로 천막을 설치하는 데 그쳤다.
지반이 낮고 경사가 없는 부지라 배수로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마저도 숙영시설 설치 과정에서 훼손됐는데도 개최 전날인 2023년 7월 31일까지도 복구하지 않았다. 해중 방제와 와이파이 제공, 화장실과 샤워장 설치도 늦어지면서 부실하게 준비된 채 개최하게 됐다.
조직위 "문제없다" 허위보고 그대로 국무회의에 전한 여가부 장관
야영지 침수와 폭염, 해충 등 대책이 총체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었지만 조직위는 여가부에 “문제없다”는 보고를 올렸다. 김현숙 당시 여가부 장관은 직접 현장을 살폈음에도 부실한 준비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특히 김 전 장관은 2023년 7월 25일 국무회의 때에는 전날 숙영시설 설치 완료 시점이 26일로 미뤄진다는 보고를 받고도 회의 보고자료와 보도자료에 시설 설치 완료됐다는 허위내용을 담았다.
김 전 장관은 언론브리핑에서 기반시설과 숙영지원시설 설치를 마쳤고, 일부 침수 지역이 있지만 개막 때까진 땅이 마를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개막 후 시설 미비로 폭염과 해충으로 인한 환자가 속출했고 태풍까지 상륙하면서 대회가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김 전 장관에 대해선 인사자료 통보에 그쳤다. 당시 여가부 담당국장과 조직위 사무총장 및 실무진 등만 수사요청과 수사참고자료 제공 등 조치가 이뤄진 것과는 크게 대비된다.
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김 전 장관은 국장의 메신저를 통한 보고를 보지 못했고 문제가 없는 것으로 인식했었다고 진술해 인과성이 끊겼다”며 “형사고발을 위한 고의성 입증이 어렵다 보니 감사위원회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김 전 장관이 국무회의 허위보고 문제에 대해서 모르쇠로 일관해 결국 실무진만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는 것이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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