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화" 10년 외치고도 바뀐 것 없는 '규제 공화국'
파이낸셜뉴스
2025.04.17 19:18
수정 : 2025.04.17 19:18기사원문
기업들 체감 규제는 도리어 더 커져
입법 남발 막을 규제 평가제 있어야
10년 만에 재개한 기업 체감부담 조사인데 결과는 뜻밖이다. 조세·준조세 부담은 줄어든 반면, 규제와 행정 부담이 가중됐다. 특히 규제 관련 부담지수가 102.9로 2015년 88.3보다 크게 높아졌다. 그중에서도 노동 관련 규제 부담이 112로 가장 높았다. 주 52시간 근무 등 획일화된 노동정책 규제 입법이 10년 새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업들이 체감하는 일선 행정 관련 부담지수도 10년 전 77에서 111로 크게 올라갔다. 각종 인허가와 제품 검사·인증 등의 관행적 절차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규제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며 역대 정부들은 규제 철폐를 핵심 정책으로 추진해왔다. '규제 대못을 뽑겠다'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겠다' '네거티브 규제로 바꾸겠다'고 했다. 그런데 왜 기업들이 체감하는 규제 부담은 줄지 않는 것일까.
둘째, 신산업 규제가 늘었다. 내년 1월 시행되는 인공지능(AI)기본법에 따른 AI 표시의무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따른 가상자산 규제가 대표적이다. 비대면 원격의료 규제, 온라인 법률서비스플랫폼 '로톡' 규제 등도 신구 산업의 충돌 사례다. 셋째, 오래되고 획일적인 규제가 해소되지 않았다. 전통시장 상권 보호를 목적으로 10여년 동안 시행한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규제가 그것이다. 반도체 등 산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주 52시간 근무 규제도 마찬가지다.
국회는 법을 만들면서 규제를 양산한다. 정부는 행정권 확대를 위해 없던 규제를 더한다. 한쪽에선 규제를 풀고 다른 쪽에서는 규제를 만드는 악순환이다. 이런 고리부터 끊어야 한다. 국회의 규제 발의를 억제하는 규제 영향평가제를 도입하자는 경제계의 제안은 타당하다. 새 규제를 만들면 불필요한 옛 규제를 폐지하는 '규제 총량제'도 검토할 만하다.
시대착오적 낡은 규제의 덫은 걷어내자. 차량공유서비스 싹을 잘라버린 '타다 금지법'과 같이 미래 산업을 고사시킨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AI, 자율주행 등 국가적 미래 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는 과감하게 완화·폐지할 필요가 있다. 현행 '규제 샌드박스' 특례를 확대해 혁신형 창업과 신산업 육성을 촉진하는 것도 방법이다.
결국 허용하는 것들을 나열하는 포지티브 규제를 "이것 빼고 다 해보세요"라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과감하게 전환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규제 전체를 악마화해서도 안 될 것이다. 국민의 안전과 투명한 기업경영 등을 위해 필수적인 규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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