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것 실려 나오던 5호선 방화 피의자, '손 그을음'에 덜미
파이낸셜뉴스
2025.05.31 16:34
수정 : 2025.05.31 16:34기사원문
현장서 점화기·유리통 발견…경찰 수사 중
서울 지하철 5호선 열차에 불을 지른 피의자가 들것에 실려 나오던 중 손에 묻은 그을음이 발견돼 현장에서 체포됐다.
3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60대 남성 A씨를 방화 혐의로 체포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범행 직후 선로를 따라 이동하다 들것에 실려 영등포구 여의나루역 플랫폼으로 나오는 과정에서 손에 그을음이 묻은 채 발견됐다. 이를 수상히 여긴 경찰이 혐의를 추궁했고, A씨는 범행을 시인해 오전 9시45분께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범행 현장에서는 점화기, 유리통 등 범행 도구로 추정되는 물품이 발견돼 경찰이 감식을 진행 중이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화재 당시 약 400명의 승객이 열차에 탑승 중이었다. A씨는 기름통을 들고 지하철에 탑승한 뒤 라이터형 토치를 이용해 옷가지 등에 불을 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연기를 본 승객들은 다급한 목소리로 "불이야"를 외치며 열차를 빠져나갔다.
화재는 열차 내 소화기를 이용해 기관사와 승객들이 자체 진화됐다. 소방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불길은 대부분 잡혀 있었으며 불은 오전 10시24분께 완전히 진압됐다. 현장에는 소방과 경찰을 포함해 총 230명의 인력과 소방 장비 68대가 동원됐다.
이 화재로 21명이 연기 흡입, 찰과상, 발목 골절 등으로 병원에 이송됐고,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인원은 130명에 달했다. 중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불은 열차의 네 번째 칸까지 영향을 미쳤으며, 객실 내 옷가지에 인화성 물질이 뿌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교통공사는 여의도역~애오개역 구간 열차 운행을 한때 중단했다가 오전 10시10분께 전 구간 운행을 재개했다. 마포역은 혼잡 여파로 일부 열차가 무정차 통과하기도 했다.
경찰은 A씨의 신병을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인계했으며 향후 범행 과정 및 동기 등에 대해 면밀히 수사할 예정이다.
서울경찰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시민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지하철경찰대와 기동순찰대 등 가용 경력을 최대한 동원해 가시적 순찰 활동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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