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과제
파이낸셜뉴스
2025.06.04 18:46
수정 : 2025.06.04 18:46기사원문
가시밭길 헤치고 대선 승리
집권 넘어선 통치전략 필요
통합과 경제에 국정 중점을
느닷없는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조기'대선이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무거운 족쇄를 발목에 달고 뛰는 격이었다. 선거보다 당 내부 단합이 더 힘겨워 보였다. 과학법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을 기적이라고 한다면 김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그런 것이었다.
정치는 결과로 말한다. 경위야 어떻든 승리한 이재명 대통령에게 축하를 보낸다. 지난 대선 패배 이후 첩첩산중 사법리스크를 헤치고 결국 목적을 이룬 집념이 승리의 원동력일 것이다. 인수위도 없이 취임한 이 대통령 앞에는 엄중한 과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가시밭길을 지나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그에게 대통령 자체가 목적은 아니었을 것이다. 나라와 국민을 위하여 하고 싶은 일이 있기 때문 아니겠는가.
"문제는 경제야." 그 어느 때보다 더 절박한 구호이다. 우리는 1·4분기 -0.2% 역성장을 경험했고, 한국은행 등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0.8%로 대폭 낮추었다. 트럼프발 불확실성도 현재 진행형이다. 앞으로도 좋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퍼펙트 스톰에 대비해야 한다. 한국이 선진국 문턱에서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는 전망도 나온다. 식어가는 성장엔진을 다시 가동시킬 수 있는 혁신적 제도개선 없이는 정부가 돈을 쏟아부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다. '대통령의 숙제'(한지원·한빛비즈) 저자는 말한다. "경제가 흐르는 물이라면 민주주의는 물을 담는 그릇이다. 경제는 주어진 조건에서 생산을 최대화할 때 성장한다. '민주주의'는 공정한 제도를 만듦으로써 국민과 자원이라는 주어진 조건을 최대한 끌어낸다." 국가의 역할은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 좋은 제도를 만드는 것이라는 뜻이다. 민주주의의 작동 여부에 따라 비슷한 인구와 자연조건을 가진 나라 사이에서도 경제적 성과가 크게 달라진다.
이 대통령은 유세 과정에서 "국민에게 공짜로 (돈을) 주면 안 된다는 희한한 생각"과 "나라가 빚을 지면 안 된다는 무식한 소리"를 비판했다. 유권자들이 그래서 선택한 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한 건지는 알 수 없다. 정부 재정이 필요한 경우가 물론 있다. 하지만 나라의 근본적 역할이 단순히 국민에게 돈을 나눠주는 건 아니다. "모든 인류가 그들의 본성을 계발하고 다양한 특성을 발현할 수 있는 최선의 환경을 창출"하는 제도를 만드는 게 정부의 일이다. 미국·일본 등 기축통화국마저 막대한 재정적자에 흔들리고 있는 현실을 보아야 한다.
'메멘토 모리.' 로마 시절, 전쟁에 승리하고 귀환하는 장군 옆에서 이 말을 외치도록 했다고 한다. '죽음을 기억하라.' 한순간의 승리에 도취하여 자만하지 않도록 경계하는 말이었다. 이 대통령은 천하를 얻은 기분일 것이다. 지금 어울리지 않아 보여도 퇴임으로 시점을 옮길 것을 권하고 싶다. "쇠락의 길로 들어서던 대한민국이 이재명 대통령 시기에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였다." 이런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면 행복한 퇴임 대통령이 되지 않겠는가.
dinoh786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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