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알람 열어보니 "자녀 결혼합니다"…소방간부 '비상시스템' 남용
파이낸셜뉴스
2025.06.12 14:55
수정 : 2025.06.12 15:28기사원문
'비상발령동보시스템' 대형재난 긴급 전파 등 목적
소방대원들 "수단·방법 안 가리고 경조사 알린다"
[파이낸셜뉴스] 전남 지역 소방 간부들이 긴급 상황에 사용되는 '비상발령동보시스템'을 이용해 자신의 자녀 결혼식 등 개인 경조사를 직원들에게 발송한 사실이 알려진 뒤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남 순천소방서는 지난 9일 오후 '전남소방본부 비상발령동보시스템'으로 고위 간부의 자녀 결혼식 일정을 소방대원들에게 보냈다.
해당 알림에는 결혼식 날짜와 장소, 축의를 위한 계좌번호 등이 적혀 있었다.
같은 날 나주소방서 소속 한 간부도 전남소방본부 비상발령동보시스템으로 자녀의 결혼식 일정을 발송했다.
비상발령동보시스템은 화재나 재난, 소방대응 단계 발령 등 비상소집이 필요할 경우 신속하게 이를 전파하기 위해 만들어진 알림 시스템이다.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각 소방대원들의 휴대전화로 긴급 상황이 직접 발송돼 현 상황과 대응 방식 등을 전파한다.
내부적으로는 음주 기강 확립을 알리거나 당직·숙직을 고지하는 용도로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소방서들은 이 시스템에 간부 공무원들의 경조사를 적어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대원들은 내부게시판에 "비상발령동보시스템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라", "비상발령시스템이 알림 시스템으로 전락했다", "과장 이상급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본인 경조사를 널리 알림에 경의를 표한다" 등 비판의 글을 올리고 있다.
한 소방대원은 "하위직 직원들은 윗사람들이 시키는 대로 지시사항을 잘 따르고 있는데, 윗사람들은 소방서 전체 카톡방에 본인 경조사를 올리고 또 문자도 따로 보낸다"며 "4500명 전 직원에게 경조사 알림을 보내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소방대원도 "화재 등 대형재난이 발생할 때 재난 상황을 전파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비상발령동보시스템인데 간부 공무원의 자녀 경조사 알림으로 전락한 부분에 대해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본부는 경조사 발송 지시 경위를 확인하고 당사자가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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