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 "'혼란기'로 알려진 백제 웅진 천도기, 안정기였다"
파이낸셜뉴스
2025.06.17 14:43
수정 : 2025.06.17 11:09기사원문
연구소가 이번 조사한 왕릉원 1~4호분은 무령왕릉 묘역 북동쪽에 자리 잡고 있으며, 동쪽부터 1호, 2호, 3호, 4호분이 나란히 배치돼 있다. 연구소는 지난 2023년 9월부터 해당 유적에 대한 재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는 96년 만에 다시 이뤄진 조사다.
먼저 한성기에서 웅진기로 이어지는 백제 왕실 무덤의 양식이 공통으로 드러났다. 1~4호분 모두 경사면을 깎아내 완만하게 조정한 다음 가장 동쪽부터 순서대로 조성됐다.
또 지하에 만들어진 무덤 속 굴식 돌방무덤은 천장을 돌 한 장으로 덮는 궁륭식 구조였으며 내부 벽면에는 석회를 바르고 바닥에는 30㎝ 두께의 강 자갈을 채운 공통된 양식을 갖추고 있었다.
웅진 초기에도 백제의 대내외 정치 체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2호분에서는 청색 유리옥이 달린 금귀걸이를 비롯해 화려한 유물들이 대거 출토됐다. 함께 발견된 은에 금을 도금해 줄무늬를 새긴 반지는 신라 경주 황남대총 북분에서도 유사한 형태가 출토된 바 있어 당시 백제와 신라 간 긴밀한 관계를 짐작하게 한다.
웅진 천도 초기에도 백제의 대외 교역망이 활발히 유지되고 있었다는 결과도 얻었다. 1~3호분에서 유리옥 1000여 점이 출토됐는데, 이 가운데 황색·녹색 유리옥의 납 성분이 무령왕릉과 동일하게 태국산으로 분석됐다. 이는 백제가 웅진기 초부터 동남아시아와의 광범위한 교역망을 유지하고 있었음을 드러내는 증거라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이밖에 2호분의 주인공이 제23대 삼근왕(재위 477~479)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발견한 것도 성과로 꼽힌다. 2호분에서 출토된 금 귀걸이와 함께 나온 어금니 2점에 대한 법의학 분석 결과, 어금니의 주인은 10대 중후반의 연령대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2호분의 조성 시기인 웅진기 초기 왕인 개로왕(21대)의 직계 후손 가운데 유일한 10대 군주였던 삼근왕일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 연구소는 오는 18일과 19일 오전 11시 발굴 현장(충남 공주시 금성동 산5-17)에서 일반 국민에 직접 공개 설명회를 진행한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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