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철강 관세' 유탄맞나... '관세 협상 카드' 영향력 우려
파이낸셜뉴스
2025.06.17 15:17
수정 : 2025.06.17 16:2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 철강업체가 외국산 후판을 사용한 선박을 철강·알루미늄 파생 제품에 포함해달라고 요청해 파장이 일고 있다. 'K-조선'이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50% 고율 관세 영향권에 포함되면, 자동차 등에 사용하려던 '관세 협상 카드' 영향력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사들은 아직 미국 수출이 없지만, 향후 미국발 신조 물량을 수주할 때 철강 관세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과 조선 협력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 상무부가 파생 제품에 선박을 포함하면 '관세 협상 카드'로써의 중요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안보와 관련돼 K-조선 카드가 산업 전반의 관세 허들을 낮출 수 있는 카드로 주목받아 왔다"라며 "당장 철강 관세가 조선업에 적용되면, 미국과의 협상 범위가 조선업으로 좁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화는 지난해 12월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한국 기업 최초로 미국 조선업에 진출했다. 이어 미국에 군함을 건조·납품하고 있는 호주 조선·방산업체 오스탈 지분을 늘리며 미 군함 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도 미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와 '선박 생산성 향상 및 첨단 조선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미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양사는 MRO 사업 수주를 눈 앞의 목표로 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미국 신조 물량 수주를 노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외국산 철강 관세 50%가 부과되면 함정 건조에도 계산이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 함정 건조에 중국산 후판이 20~25%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발주 물량에 중국산 후판을 아예 쓰지 않거나, US스틸 후판을 사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애초에 발주처에서 계약 당시 설비와 후판 등 리스트를 정하기 때문에, 협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조선업을 철강 관세 협상카드로 쓸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국적을 취득하는 선박을 미국에서 건조하면 우리나라보다 3배 비싸다고 알려진 만큼, 관세를 적용받더라도 국내에서 만드는 게 더 저렴할 수 있다"라며 "향후 한미 조선 협력을 본격적으로 논의하면서 철강 관세 완화를 위한 협상카드로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