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서지 말고 부딪혀라! 격론은 조직의 에너지다!

파이낸셜뉴스       2025.06.20 10:26   수정 : 2025.06.20 10:2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대한민국에는 수많은 조직이 있다. 사회(社會)와 회사(會社)라는 말이 있다. 이 두 단어는 얼핏 보면 전혀 다른 의미 같지만, 한자로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다.

모두 ‘모일 회(會)’를 쓴다. 모인다는 건 곧 협력, 교류, 상호작용을 전제한다. 왜 우리는 모이는가? 스스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더 나은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함께 일하고, 이야기하고, 논쟁한다.

그러나 현실 속 회의 풍경은 어떤가. 격론이 벌어지는 회의는 점점 드물어지고, 다수의 회의실은 침묵과 무관심 속에 가라앉는다. 고개만 끄덕이는 사람들, 자리를 채우기 위해 앉아 있는 사람들. 이들이 과연 모여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냥 있으니까, 해야 하니까, 눈치 보니까? 이런 모임은 그저 시간낭비일 뿐이다. ‘모여서 의논한다’는 회의(會議)의 본래 의미는 완전히 퇴색됐다.

격론은 고급 기술이다

좋은 회의는 논쟁이 있다. 의견이 부딪히고, 언성이 높아질 수도 있고, 감정이 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아이디어가 깨어나고, 관점이 넓어지며, 해결책이 도출된다. 회의실은 전투장이 아니라 실험실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상처를 감수하며, 검증되지 않은 생각을 시험하는 공간이다.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격론’이다.

격론은 단순한 말싸움이 아니다. 논리와 근거, 목적과 방향이 뒷받침된 충돌이다. 감정의 배설이 아니라 생각의 정제다. 여기에는 한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상대방을 설득할 마음, 나도 설득당할 수 있다는 마음. 서로를 이기려는 싸움이 아니라 함께 더 나은 길을 찾으려는 과정이어야 한다.

레드팀(Red Team)의 철학

이런 격론 문화를 체계화한 개념이 바로 ’레드팀(Red Team)’이다. 이는 주어진 계획이나 전략에 대해 의도적으로 반대하는 역할을 맡은 사람들로 구성된 팀을 말한다. 군사 전략에서 유래한 개념으로, 지금은 다양한 조직과 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레드팀은 공격을 위한 공격을 하지 않는다. ‘왜 이것이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는가?’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는 조직이 현실을 외면하지 않게 하고, 진짜 위험을 사전에 점검하게 해준다.

다르게 말하면, 레드팀은 조직 내부의 ‘합리적 반대자’다. 이런 반대가 없으면 조직은 자화자찬에 빠지고, 실수를 반복하며, 결국 몰락한다. 내부의 비판이 사라지면 외부의 비판이 조직을 파괴하게 된다.

비판과 비난, 그 경계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 하나. 우리는 비판을 쉽게 비난으로 오해한다. 누군가의 주장에 반대하면 그 사람을 공격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 잘못된 감정 구조가 격론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비판은 주장을 겨누지만, 비난은 사람을 겨눈다. 논리와 사실로 무장한 비판은 조직을 성장시키지만, 감정과 편견으로 뱉는 비난은 조직을 망친다.

그러니 격론을 하되, 감정에 휘둘려선 안 된다. 공격하되, 인신공격은 삼가라. 상대방의 생각을 부숴도 인격은 지켜라. 좋은 회의는 서로의 생각을 세게 부딪히되, 사람 자체를 무너뜨리지 않는다.

설득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좋은 토론은 상대방을 설득하는 능력만큼이나, 나 자신이 설득당할 수 있는 열린 태도를 요구한다. 다수의 회의가 무의미한 이유는 여기 있다. 모두가 ‘자기 생각만 말하고’ 끝난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말은 하지만 대화는 없다. 결국 회의실에는 목소리만 남고, 의미는 사라진다.

‘설득당할 준비’는 곧 배움에 대한 의지다. 겸손한 태도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전제는, 더 나은 아이디어를 향한 열린 문이다. 이 문을 닫고 나면, 그 어떤 기발한 발상도, 날카로운 지적도 들어올 틈이 없다. 조직은 그렇게 조용히 죽어간다.

무언 수행 중인 회의실, 그곳의 침묵은 무능이다

생산적인 조직은 회의에서 사람의 존재감이 드러난다. 회의실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가 없었어도 결과가 똑같다면, 그 자리는 차지할 이유가 없다. ‘사이먼 시넥’의 말처럼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그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막연히 앉아 있기만 하는 구성원은 조직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리소스를 소모하고 있는 것이다.

생각은 말로 나와야 실체를 가진다. 그리고 그 말은 다른 생각과 부딪혀야 발전한다. 말하지 않는 조직은 퇴행한다. 피드백이 없는 조직은 스스로를 검증할 수 없다. 격론이 사라진 회의실은 결국 복지부동의 문화로 이어지고, 그곳엔 변화도, 혁신도 없다.

생각의 끝까지 가보는 힘

좋은 회의는 질문을 낳는다. 좋은 질문은 생각을 끌고 간다. 회의가 끝난 뒤에도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꼬리를 문 생각들이 계속 이어진다면, 그 회의는 성공이다. “왜?”라는 질문이 “그럼 어떻게?”라는 고민으로 이어질 때, 조직은 진짜 성장한다.

“생각의 꼬리를 물어 끝까지 가보라. 감탄사가 나올 때까지.” 이건 단순한 철학이 아니라 실전 전략이다. 그렇게 몰입하고, 부딪히고, 맞서야만 ‘진짜 일’이 시작된다.

결론적으로, 회의는 단순한 일의 연장이 아니다.
조직이 숨 쉬는 공간이며, 생각이 살아 움직이는 시간이다. 격론을 피하지 말자. 오히려 적극적으로 불러내자. 그것은 불편함이 아니라 가능성이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과 부딪히며, 더 나은 답을 함께 찾아가는 여정. 그 안에서 진짜 실력, 진짜 팀워크, 진짜 혁신이 태어난다.

당신의 다음 회의에서, 침묵을 깰 준비가 되어 있는가?

박용후/관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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