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상습 침수·붕괴지역 불안…맨홀뚜껑 추락사고 우려도

연합뉴스       2025.06.22 07:05   수정 : 2025.06.22 07:05기사원문
경북·경남 산불 피해지 '2차 재해' 가능성…주민들, 산사태 위험 호소 장마철 앞 재해위험지구 정비 수년째 지연…잇단 땅 꺼짐에 재발 방지 요구

[집중호우 집중대비] ② 상습 침수·붕괴지역 불안…맨홀뚜껑 추락사고 우려도

경북·경남 산불 피해지 '2차 재해' 가능성…주민들, 산사태 위험 호소

장마철 앞 재해위험지구 정비 수년째 지연…잇단 땅 꺼짐에 재발 방지 요구

[※ 편집자 주 = 전국이 장마권에 들어가며 극한 호우로 인해 소중한 생명과 재산이 위협받는 상황이 올해도 반복되는 것 아닌지 우려가 큽니다. 연합뉴스는 3건의 기획 기사를 통해 극한 호우에 취약한 지역과 시설을 살펴보고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을 모색합니다. 호우로 인한 재해가 반복되는 곳을 들여다보고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이유를 분석하고, 자연재해가 인재(人災)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한 각 지자체들의 노력도 소개합니다.

]

(전국종합=연합뉴스)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장마와 예측 불가능한 돌발성 집중호우에 대비해 전국 곳곳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지난 대형 산불로 피해를 본 산림지역에서는 산사태 등 2차 재해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도심에서는 맨홀과 싱크홀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인명 피해 방지를 위한 철저한 대비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산사태 막자'…자연재난 대비 울주군 곳곳 사방시설 (출처=연합뉴스)


◇ 산불 피해지, 장마철 '2차 재해' 비상…토사 유출·산사태 우려

올해 발생한 대형 산불로 광활한 산림이 잿더미로 변한 경북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군과 경남 산청·하동군 등지에서는 올여름 장마철 2차 재해 발생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3월 화마가 덮친 경북 의성군 등 피해지역 주민들은 장마를 앞두고 산사태 걱정에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경북 영양군 석보면 답곡2리 이상학 마을이장은 "이번 산불 피해 권역이 워낙 넓어서 모든 곳에 산사태 방지 시설을 설치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곳곳에 산사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유지는 산사태 방지 시설 설치를 위해 소유주 동의가 필요한 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산불로 피해를 본 관광지 상인들도 산사태 걱정이 크긴 마찬가지다.

경북도는 산불 피해지역 내 132곳을 산사태 등 2차 피해 예방 응급 복구 지점으로 정하고 옹벽 설치 등 조치를 끝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권역에 안전조치를 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경북도는 이 때문에 12시간 예보제 시스템을 가동해 누적 강우량 200㎜와 일 강우량 50㎜ 이상일 때 즉시 산불 피해지역 주민을 대피시킬 계획이다.

산불로 축구장 2천602개 면적에 달하는 1천858㏊의 산림이 소실된 산청과 하동에서는 빗물이 흙 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대량의 토사가 흘러내려 산사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산불 피해 지역은 경사가 급하고 지형이 험준한 곳이 많아 위험이 더욱 크다.

산청군은 산사태 발생 우려 지역에 대한 정밀 조사를 하고 사방댐 설치, 토사 유출 방지 시설 확충 등 복구 사업을 진행 중이다.

단기간 설치가 어려운 사방댐 대신 비에 휩쓸린 토사와 나무를 막을 수 있는 구조물을 장마 전 우선 시공하고 추후 완공할 방침이다.

하동군 역시 산림 피해 지역에 대한 집중 관리를 강화하고, 산사태 취약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비상 연락망 재정비, 대피 경로 및 대피소 점검 등 사전 대비 태세를 확립했다.

우기 대비 경북 예천군 산사태 피해 복구 현장 점검 (출처=연합뉴스)


◇ 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 수년째 지연…주민들 '자체 방어' 안간힘

'재해위험지구'로 지정해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충북 제천시 대사지구는 하천 폭이 5m도 채 되지 않고, 제방도 낮아 비만 오면 상습 침수가 반복되고 있다.

이곳은 2022년 폭우가 쏟아지면서 마을 전체가 물에 잠겼고, 이후 재해위험지구로 지정됐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비사업을 시작도 못 했다.

제천시가 행정안전부에 정비 사업을 신청하고 있지만,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 말부터 토지 보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공사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하천 준설과 교량 재가설 공사가 진행 중인 충북 단양군 매포읍의 한 마을도 2006년 재해위험지역으로 지정됐지만, 공사는 지난해에야 시작됐고 완공까지는 앞으로 3년이 더 남았다.

이렇게 사업이 더딘 이유는 제천시 대사지구처럼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따랐기 때문이다.

일부 마을에선 장마철 피해를 막고자 주민들이 직접 모래 자루로 둑을 쌓아 대비하는 일도 있었다.

제천시는 사업 규모가 크다 보니 설계도 오래 걸리고, 사업비 확보 역시 교부세 받아 가며 땜질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수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부산 연제구 맨홀 뚜껑 사고 현장 (출처=연합뉴스)


◇ 뚜껑 열리며 그대로 추락…도심 속 맨홀 불안 확산

부산에서는 최근 길을 걷던 여성이 집중 폭우 당시 맨홀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장마철을 앞두고 추락방지 시설 설치는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4일 오전 2시 33분께 연제구 한 거리에서 30대 여성이 맨홀 안으로 떨어졌다.

당시 많은 비가 내리면서 맨홀이 들썩였는데, 지나가던 차량이 맨홀을 밟고 지나가는 과정에서 뚜껑이 완전히 이탈한 것이다.

밤사이 호우경보가 내려졌던 부산에는 당시 100㎜가 넘는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다행히 현장에 있던 시민과 인근 상인들이 이를 목격해 여성을 구했다.

부산시는 잦은 사고에 2022년부터 침수 우려가 높은 중점 관리구역을 우선으로 맨홀 추락방지 시설을 설치하고 있지만 이행은 더딘 상태다.

부산의 경우 맨홀 1만7천587개 가운데 추락방지 시설 설치율은 15.5%(2천731개)에 불과하다.

이번에 30대 여성이 빠진 맨홀 역시 추락방지 시설을 설치했어야 할 중점 관리구역에 해당했지만,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장마와 태풍을 앞두고 맨홀 추락사고와 관련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특히 단기간에 많은 비가 내리는 국지성 호우가 잦아지면서 사고 위험도가 더욱 커지고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본격적인 장마철이 다가오기 때문에 위험성이 큰 지역부터 맨홀 추락방지 시설을 우선 설치하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시는 이달 중 시 전역에 설치된 17만여 개의 맨홀을 전수 조사해 하반기 중으로 침수 우려 지역 내 맨홀 1만4천여개에 추락방지 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부산 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공사 현장 주변 대형 싱크홀 (출처=연합뉴스)


◇ 공사장 주변 잇단 땅 꺼짐…주민들, 장마 앞두고 불안 호소

부산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공사 구간 주변에서 땅 꺼짐 현상이 잇따라 주민들이 불안해한다.

지난 1년간 해당 구간에서만 14차례 땅 꺼짐 현상이 발생했고 지난해 9월에는 트럭 2대가 8m 아래 싱크홀로 빨려 들어가는 사고도 있었다.

'부산 사상∼하단선 안전 개통을 위한 사상주민대책위원회'는 지난 19일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에 땅 꺼짐 현상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주민대책위는 "2023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사상∼하단선 공사 중 14차례 땅 꺼짐 현상이 발생했다"며 "땅 꺼짐 현상이 집중된 1공구에 특별조사가 진행 중인데 부산시는 장마를 앞두고 주민설명회를 열어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민이 땅 꺼짐 전조 증상을 발견하면 빠르게 신고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주민감시단이 추천하는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사 구간 합동 점검도 즉각 실시하라"고 덧붙였다.

부산도시철도 사상∼하단선은 2호선 사상역에서 1호선 하단역까지 총연장 6.9㎞에 7개 정거장 규모로, 2026년 말 개통을 목표로 공사 중이다.


비만 내리면 공사 현장 주변에 싱크홀이 발생하고 있다. 2023년 3차례, 2024년 8차례 싱크홀이 생겼고, 올해는 벌써 3차례 발생했다.

부산시 감사위원회는 특정감사를 벌여 연이은 싱크홀이 부산교통공사의 부실한 시공사 관리·감독 등에서 비롯됐다고 결론 내렸다.

(김재홍 박세진 김선형 전창해 박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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