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 부유식 해상풍력 생태계 구축해야
파이낸셜뉴스
2025.07.17 18:12
수정 : 2025.07.17 18:12기사원문
해상풍력단지 개발은 국가 기간산업을 새롭게 구축하는 장기적 프로젝트로 초기 단계부터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유식 해상풍력은 발전기 제조부터 해상 설치, 유지관리, 전력망 연결 등 다양한 기술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융복합산업 시스템으로 높은 수준의 기술력과 운영 역량이 요구된다. 이러한 산업의 특성상 장비 확보, 기술 축적, 인력 양성 등의 초기 성과가 향후 시장 주도권과 산업 생태계 구축, 자립 여부를 결정짓게 됨에 따라 궁극적으로는 지속가능하고 독자적인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외부 의존도를 최소화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아울러 해상풍력 단지는 국가 에너지 공급망과 직결되는 핵심 기반시설인 만큼 기술력 뿐 아니라 보안과 안전성 역시 간과할 수 없는 핵심요소이다.
실제로 국가 주요 인프라에 외국산 장비가 도입될 때마다 보안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는 해상풍력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의 경우 자국 항만에서 운용 중인 중국산 해상 크레인이 정보 유출과 원격 통제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공식 제기하고, 이에 따라 사이버 보안 지침을 강화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군용 CCTV에 중국산 부품이 사용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정보 유출 우려가 불거졌고, 해당 장비가 전면 철거된 사례도 있었다. 해상풍력 발전단지는 국가의 핵심 기간산업으로 외국산 장비가 충분한 검증 없이 도입될 경우, 민감한 정보의 유출이나 핵심 인프라에 대한 통제권 상실 등 심각한 에너지 안보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부유식 해상풍력은 새로운 기술 기반 산업이기 때문에 국내 산업 기반이 갖춰지기 전에는 해외 의존성이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가 명확한 산업 육성 전략을 제시하고 국내 기업들이 기술과 경험을 축적할 수 있도록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초기 시장에서는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며, 민간의 적극적인 투자와 인력 양성을 통해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잘 구축될 수 있다. 산업 생태계 초기 구축 단계에서는 단기적인 가격 경쟁력만을 중시할 것이 아니라 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전략적 자립성, 그리고 향후 파급효과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 특히 초기 프로젝트의 구조와 추진 방식이 향후 수십 년간 산업 전체의 표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번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은 단순한 실증 프로젝트를 넘어 대한민국 해상풍력 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일자리를 창출해 국가 전략 산업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산업생태계의 토대가 형성되기를 기대한다.
이상일 한국풍력에너지학회장 ·군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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