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3조 사들인 외국인 '반도체 올인'

파이낸셜뉴스       2025.07.23 18:12   수정 : 2025.07.23 18:12기사원문
순매수 1·2·4위 반도체 관련주

외국인이 7월 한 달간 국내 주식시장에서 '반도체 올인'에 가까운 매수세를 보였다. 순매수 상위권에 반도체 밸류체인에 속한 종목들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증권가에서는 2·4분기 실적 저점 통과 이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보고, 하반기 실적 개선과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확대가 투자심리를 지지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들어 국내 증시에서 총 2조9266억원을 순매수했다. 이 중 삼성전자가 1조9521억원으로 1위, SK스퀘어가 4338억원으로 2위, 이수페타시스가 2230억원으로 4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이수페타시스는 각각 메모리 반도체와 반도체 기판(PCB) 제조업체로 대표적인 반도체 업체다. SK스퀘어는 본업이 반도체가 아닌 투자전문 지주회사지만 SK하이닉스의 최대주주(지분율 20.07%)로, SK하이닉스에 대한 외국인 지분 한도가 사실상 찬 상황에서 이를 우회하기 위해 매수처로 선택된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매수가 몰린 배경으로는 2·4분기 실적 발표 이후 저점 인식이 형성된 점이 꼽힌다. 삼성전자가 2·4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하며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지만, 그만큼 시장의 눈높이가 낮아진 상태에서 하반기에는 메모리 업황 회복과 실적 반등이 기대되자 가격 매력이 부각됐다.

여기에 장기적인 AI 반도체 수요 지속에 대한 기대감도 외국인 매수를 자극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AI 데이터센터 투자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며 고부가가치 메모리 매출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HBM4로의 전환과 서버·네트워크 기술의 진화가 본격화되면서, 업황이 단순한 경기순환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개선될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전망은 장기적인 투자 매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주가가 오르며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도 있지만, 메모리 재고가 낮은 수준이고 수요가 견조해 추가 하락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2·4분기 어닝쇼크 발표 이틀 후인 지난 10일부터 외국인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고 있다"며 "3·4분기 반도체 업황 지표가 호황기 수준에 근접해 시장 회복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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