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채무 소멸시효 지나 일부 변제해도 시효이익 포기 아냐"
뉴시스
2025.07.24 16:33
수정 : 2025.07.24 16:33기사원문
'시효이익 포기 추정' 판례 58년 만에 변경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채무 소멸시효가 지난 상태에서 일부 금액을 변제해도 소멸시효의 이익을 포기했다는 의사표시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채무자가 시효완성 후 채무를 승인한 경우에는 시효완성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한 기존 판례를 58년 만에 변경했다.
A씨는 B씨로부터 4차례에 걸쳐 총 2억4000만원을 빌렸다. 그중 첫 번째 차용금과 두 번째 차용금의 소멸시효가 지난 상태에서 B씨에게 1800만원을 변제했다.
이후 A씨 소유의 부동산에 대해 실시된 경매 절차에서 B씨는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총 4억6100여만원을 배당받았다. A씨는 "배당액이 실제 대여금을 초과한다"며 B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B씨에 대한 배당액을 4억2200만원으로 경정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A씨는 2심 재판 과정에서 첫 번째 차용금과 두 번째 차용금 채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A씨가 소멸시효가 완성된 상태에서 차용금을 일부 변제해 소멸시효 완성 이익을 포기했다고 봤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1967년에 성립한 ‘채무자가 시효 완성 후 채무를 승인했다면 시효 완성에 따른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판례를 유지해왔다.
대법원은 대법관 8인 다수 의견으로 기존 판례를 변경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단지 소멸시효 기간이 지났다는 사정만으로 채무자가 시효완성 사실을 알았다고 일반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채무자가 시효완성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는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으로 채무에서 해방되는 이익을 알면서도 그 이익을 포기하고 채무를 부담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시효완성 후 채무승인은 채무자가 시효완성 사실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했다.
아울러 "시효완성 후 채무승인이라는 사정만 있으면 채무자로 하여금 추정을 번복하게 할 부담을 부과한다"며 "이는 채무자를 본래 법이 예정하지 않았던 불리한 지위에 놓이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법원은 A씨가 첫 번째 차용금과 두 번째 차용금의 시효완성 사실을 알면서도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했다고 추정할 수는 없다고 보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다만 노태악·오석준·엄상필·이숙연·마용주 대법관은 다수 의견의 결론에 동의했지만 기존 판례를 변경해야 할 사정은 없다고 봤다.
이들은 "법리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원심이 법리를 잘못 해석·적용한 것이므로 판례 변경은 필요하지 않다"며 "채무자를 불리한 지위에 놓이게 한다거나 부당한 결과를 야기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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