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경제·안보전선 만나는 '시즌 II' 대비해야
파이낸셜뉴스
2025.08.02 06:00
수정 : 2025.08.02 16:02기사원문
트럼프 행정부 거래적 접근법,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아
무한담판 인식하에 한미정상회담 전략적 대비 필요
경제와 안보 전선, 아이템이 만나는 융합담판 가능성
안보전선 협상 카드 구체화…성과, 완성도 높게 풀어내야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마감 기한 이전에 한국과 미국이 상호관세 15%에 합의했다. 상호관세 15%는 과거 작동하던 자유무역질서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현실적 도전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한미조선협력 등 대미 레버리지를 가동시킬 수 있는 아이템을 전략적으로 선정해 투자펀드를 조성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최초 제시했던 25%에서 10%를 낮춘 관세율에 합의했고 그러면서도 쌀과 소고기 추가 개방을 막았다는 점에서 선방한 합의라고 평가된다.
나아가 한국보다 더 먼저 발 빠르게 정상외교를 펼친 일본 및 EU와 동일한 상호관세율이라는 점은 한미동맹 결속력 유지에도 긍정적이라는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 부여도 가능하다.
그런데 시즌 II가 난이도 측면에서 더 어려울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그 이유는 한미정상회담이 경제전선과 안보전선의 아이템이 만나는 융합담판의 자리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대미투자펀드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 논의뿐 아니라 트럼프 미 대통령의 성향상 안보전선 아이템을 지렛대로 협상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시즌 II 성과는 한미동맹 결속력, 북한의 비핵화 및 오판 방지, 한국의 대외적 레버리지 등 다양한 요소에 심대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시즌 I 경제전선 협상의 핵심이 관세였다면, 시즌 II 경제와 안보의 융합전선의 핵심은 한미동맹 그 자체라도 볼 수 있다.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국방비, 방위비분담금, 전작권 전환 등 국익과 한미동맹을 관통하는 핵심 아이템이 전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의제를 면밀히 검토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 국방당국의 최근 행보를 간파함으로써 이러한 이슈를 선점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과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인도-태평양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국방당국은 필리핀을 향해서 미국-필리핀 상호방위조약은 남중국해를 포함 전 태평양 지역이 포함된다며 필리핀 띄우기에 나섰다. 나아가 일본이 주도적으로 제안한 아시아판 나토를 염두에 두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집단방위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메시지도 낸 상태다. 이처럼 미 국방당국이 필리핀과 일본 띄우기에 나서는 것은 인도-태평양 주도권 장악이 MAGA 목표의 핵심 목표에 해당된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일본과 호주에 대만 유사시 무슨 역할을 할 것인지를 묻는 것도 이러한 목표 인식과 동기화된다.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트럼프 행정부 국방당국의 이러한 인식과 기조가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구체적으로 전달될 것이 자명하다. 주한미군도 이러한 기조 속에서 바라볼 가능성이 높고 나아가 정상회담 자리에서 협상력 카드로 광범위하게 활용할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이제는 안보전선에서도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을 수 있는지도 구체화하여 이를 융합전선의 담판 자리에서 완성도 높게 풀어내야 할 것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양자담판 시즌 II 성격이라는 점에서 난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난이도가 높은 만큼 성과가 좋으면 국익과 안보의 완성도도 더 높아질 것이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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