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사 산불피해지 자연복원 프로젝트…"사찰림 첫 사례"

뉴시스       2025.08.04 13:33   수정 : 2025.08.04 13:33기사원문
연대체 구성, 생태계 조사 착수 "자연회복 가능성 과학적 검증" 최종 보고서, 올해 말 발표 예정

[의성=뉴시스] 김진호 기자 = 천년고찰 고운사 주변 숲이 지난 3월 발생한 대형 산불로 소실돼 까맣게 변해 있다. 2025.08.04. kjh9326@newsis.com
[의성=뉴시스] 김진호 기자 = 초대형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경북 의성군 소재 천년고찰 고운사가 사찰림 자연복원 프로젝트에 나선다.

고운사와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안동환경운동연합, 불교환경연대, 서울환경연합 등은 4일 고운사에서 '고운사 사찰림 자연복원 프로젝트' 브리핑을 열고, 이번 프로젝트를 위한 연대체를 구성해 본격적인 현재 생태계 조사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자연회복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이를 계기로 국내 산림 관리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 계획이다.

이번 고운사 자연복원 결정은 불교 종단이 사찰림 자연복원을 공식 선언한 첫 사례이다. 수관화(나무 줄기까지 피해)를 입은 광범위한 산림 지역에서 실시되는 최초의 본격적 자연복원이다.

[의성=뉴시스] 김진호 기자 = 천년고찰 고운사 입구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지난 3월 발생한 대형 산불로 죽어 있다. 2025.08.04. kjh9326@newsis.com
현지 생태계조사는 이규송 강릉원주대학교 생물학과 교수 연구팀과 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연구팀이 맡았다.

이규송 연구팀은 산불 피해 강도 분석, 현존 식생도 작성, 토양 침식 평가 등 식생회복탄력성 평가를, 한상훈 연구팀은 카메라 트랩과 초음과 장비를 활용한 중대형 포유류 및 박쥐류 조사 등 야생동물 서식지 조사를 담당한다.

이규송 교수는 이날 브리핑에서 "산불 피해지역 복구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이 식생의 회복탄력성 평가와 토양침식을 줄일 수 있는 토양안정성 평가"라고 설명했다.

[의성=뉴시스] 김진호 기자 = 고운사에서 4일 열린 '고운사 사찰림 자연복원 프로젝트' 브리핑에서 고운사 주시 등운 스님이 자연복원 선택 이유를 밝히고 있다. 2025.08.04. kjh9326@newsis.com
한상훈 박사는 야생동물 조사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반달가슴곰, 노루, 멧돼지 같은 대형 포유류부터 흰넓적다리붉은쥐 등 소형 포유류와 어치 등 조류가 도토리 같은 식물 종자를 널리 퍼뜨리는 숲의 관리자"라고 말했다. 즉, 야생동물이 숲 회복을 확인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가 된다는 것이다.

이어 참가자들은 고운사 사찰림을 둘러보며 사찰림이 산불 발생 약 4개월이 흐르면서 이미 자연복원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침엽수는 대부분 소실됐지만 활엽수는 대부분 생존해 빠르게 새싹을 틔웠고, 다양한 조류도 숲으로 돌아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실제 지난 주말 시작한 현장 조사에서 너구리와 박쥐, 등줄쥐 등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성=뉴시스] 김진호 기자 = 지난 3월 대형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천년고찰 고운사에서 4일 '고운사 사찰림 자연복원 프로젝트' 브리핑이 열리고 있다. 2025.08.04. kjh9326@newsis.com
이에 대해 최진후 서울환경연합 전문위원은 "이처럼 현장에서는 이미 자연복원이 진행되고 있다. 자연복원을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꾸준히 추적관찰할 예정이다. 의미 있는 조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환경단체와 민간전문가, 고운사가 협력해 추진하는 첫 자연복원 프로젝트가 산불 피해를 입은 다른 사찰림 복구계획에도 참고할 만한 의미 있는 선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수동 안동환경운동연합 대표는 "이 프로젝트는 자역복원이 숲의 생태적 가치와 생물다양성을 회복하는 것과 더불어 불필요한 예산을 줄일 수 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의 중간보고서는 오는 9월 중, 최종 보고서는 올해 말 발표될 예정이다. 연대체는 이번 조사 결과를 국내 산림 관리 정책의 새로운 지침 마련을 위한 근거 자료로 활용하고, 2026년 초부터는 이를 토대로 정책 제안과 자연복원 유도 활용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의성=뉴시스] 김진호 기자 = 지난 3월 대형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천년고찰 고운사에서 4일 '고운사 사찰림 자연복원 프로젝트' 브리핑이 열리고 있다. 2025.08.04. kjh9326@newsis.com
고운사 주지 등운 스님은 "과거의 모습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현재 조건에서 가장 지혜로운 방식으로 숲을 재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나무 숲의 옛 모습은 아름다웠지만 이제는 자연이 선택하는 새로운 숲의 모습을 기대하겠다"고 자연복원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한편, 지난 3월 의성에서 발생한 대형산불로 고운사 사찰림은 전체 면적 248㏊ 중 약 97.6%인 242㏊가 피해를 입었다. 이는 지난 산불로 피해를 입은 국내 사찰림 중 가장 큰 규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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