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드' 편견 깨는 초록빛 혁명, 금발은 못말려? 글린다는 못말려!

파이낸셜뉴스       2025.08.06 00:03   수정 : 2025.08.06 00:03기사원문
10월 26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파이낸셜뉴스] 지난 25일. 13년 만에 내한한 뮤지컬 ‘위키드’ 오리지널 투어 공연장은 티켓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소문을 증명하듯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여름방학을 맞아 자녀의 손을 잡고 공연장을 찾은 부모 세대부터 젊은 남녀까지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성공한 뮤지컬 중 하나인 이 작품을 보러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특히 지난해 11월 동명 영화가 개봉한 게 공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게 분명해 보였다.

인터미션(휴식시간)에 터져 나온 우레와 같은 함성과 환호, 영화와 공연을 비교하는 모녀의 대화 등에서 ‘위키드’ 신드롬을 엿볼 수 있었다.

'아싸' 녹색 마녀와 '인싸' 금발 마녀의 모험과 우정


‘위키드’는 고전 ‘오즈의 마법사’를 뒤집은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소설을 바탕으로 유쾌한 스토리와 깊이 있는 철학까지 담아내 2003년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연대를 정의하는 뮤지컬”(뉴욕타임즈)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태어날 때부터 초록색 피부를 가진 ‘아싸’ 엘파바는 장애가 있는 여동생을 돌보기 위해 마법대학에 입학한다. 그곳에서 인기 많고 예쁜 금발의 ‘인싸’ 글린다와 우연히 룸메이트가 되는데, 너무나 다른 둘은 처음엔 불편해하나 서로의 매력에 서서히 물든다. 엘파바는 정의롭고 뛰어난 마법 실력을 갖췄다면, 글린다는 공주병 환자처럼 보이나 사교적이고 따뜻하다. 둘은 위대한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기 위해 에머랄드 시티로 가지만 그가 거짓과 억압을 일삼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엘파바는 권력에 반기에 들면서 서쪽의 나쁜 마녀로 낙인찍히고, 글린다는 엘파바와 다른 길을 선택한다.

‘위키드’는 성격과 외모가 정반대인 두 소녀의 우정과 모험 이야기로 편견에서 벗어나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의 장점을 수용하며, 각자의 선택과 인생을 응원하는 다층적 스토리가 마법세계를 옮겨놓은 듯한 무대와 무르익은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다채롭게 펼친다. 특히 2023년 시작된 이번 투어는 호주, 싱가포르를 거쳐 한국에 상륙했다. 덕분에 공연 초반부터 무대, 연기, 연출 등이 무르익은 느낌을 줬다.

작품은 무대 천장 중앙에 떡하니 매달린 12.4m의 거대한 타임 드래곤이 연기를 내뿜으면 그 막이 오른다. 거대한 톱니바퀴 등 시계의 내부 장치에 기초한 무대 세트가 쉼 없이 움직이는 가운데 수천 개의 비눗방울과 함께 무대 상부를 매끄럽게 오가며 등장하는 글린다의 버블머신 슬라이딩, 빗자루를 타고 무대 가장 높은 곳까지 솟아오르는 엘파바의 짜릿한 플라잉, 약 40억원의 가치를 지녔다는 350여 벌의 아름다운 의상 그리고 수많은 세트와 안무가 절묘하게 오버랩되듯 전환하는 무대 메커니즘까지 볼거리가 풍성하다.

여기에 ‘마법사와 나(The Wizard and I)’, ‘파퓰러(Popular’, ‘중력을 벗어나(Defying Gravity)’, ‘나를 놓지마(As Long As You’re Mine’ ‘널 만났기에(For Good)’ 등 400만장 이상 판매고를 기록한 명곡의 향연과 거침없는 노래 실력을 뽐내는 배우들의 열연에 귀가 즐겁다.

특히 글린다 역의 코트니 몬스마의 사랑스럽고도 능청스러운 연기는 수시로 관객의 웃음을 자아낸다. 글린다가 엘파바의 변신을 도우면서 ‘파퓰러’를 부르는 장면이 대표적. 평소에도 웃는 얼굴인 몬스마는 글린다와 판박이와 같은 성격으로, 영화 속 주인공이자 톱스타 아리아나 그란데를 능가하는 치명적 매력을 뽐낸다.



엘파바 역 셰리든 아담스는 몬스마와 다른 음색과 분위기로 찰떡 호흡을 자랑한다. 그는 오디션 무대에서 선보인 '중력을 벗어나'로 제작진의 극찬을 받았으며, 이번 투어의 주역으로 꿰찼다.

극 후반부 오즈의 마법사에 나온 양철나무꾼이 어떤 사연 끝에 그렇게 됐는지도 살짝 엿볼 수 있다. 더불어 자신과 타인을 속인 사람의 최후와 온갖 억압 속에서도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로 결정한 사람들의 결말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며 곱씹어 보는 재미도 있다.

브로드웨이 최장기 뮤지컬..역대 흥행 2위


'위키드'는 브로드웨이 최장기 뮤지컬 다섯 편 중 하나인데 2000년대 이후 초연작으론 유일하다

지난해 동명 영화 개봉 후 ‘위키드’의 실체를 확인하려는 새로운 ‘오지안’(위키드 팬덤명)이 공연장으로 향하며 명실상부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공연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지난 2024년 12월 크리스마스 위크 기간엔 주간 박스오피스 503만7392달러(약 72억2000만원)를 기록, 브로드웨이 역사상 최초로 500만달러의 벽을 넘어섰다. 이어 영국 웨스트엔드에서는 2025년 1월 첫 주 170만1637파운드(약 32억)로 역사상 최고 주간 매출을 기록했다.


전 세계 16개국, 7000만명 이상 관람, 60억 달러(8조3100억원) 매출을 기록하며, 브로드웨이 뮤지컬 역대 흥행 2위작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위키드’는 국내에서 전 연령대의 고른 인기를 얻고 있다. 예매사이트 NOL 티켓의 연령별 예매자 비율 기준 10대가 7.8%, 20대가 28.1%, 30대가 30.4%, 40대가 24.4%, 50대 이상이 8.2%로 집계됐다. 10월 26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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