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O 신뢰 쌓은 K-조선... 다음은 '함정 건조' 정조준
파이낸셜뉴스
2025.08.06 15:04
수정 : 2025.08.06 15:04기사원문
"한미 조선협력, 수십 년에 한 번 찾아올 기회"
[파이낸셜뉴스] HD현대중공업이 미 해군 함정 유지·정비·보수(MRO)사업 첫 수주에 성공하면서 K-조선의 궁극적 목표인 '미 함정 신조'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국내에서는 미 해군 MRO를 선도하고 있는 한화오션과 더불어 HJ중공업이 미 MRO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MRO 사업의 수익성이 낮은 만큼, 이를 토대로 궁극적으로 미 함정 신규 건조를 위한 레퍼런스를 쌓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마스가 프로젝트와 더불어 미국 내에서도 K-조선과의 동맹 강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지만, 결국 미국 공급망 확대를 위한 장기적 플랜 수립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美 함정속도 내는 K-조선
6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이 첫 미 해군 MRO 사업을 수주하며 기술력을 통한 'K-조선의 미 함정 신조'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특히 한국과 미국 정부가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에 합의한 뒤 첫 행보로, 한국 조선소들의 기술력에 대한 검증이 마무리 됐다는 분석이다.
마스가 프로젝트는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상호관계를 15%로 낮춘 '1등 공신'이다. 구체적으로 △미국 현지 신규 조선소 건설 △선박 건조 △공급망 재구축 △유지·보수·운영(MRO) △인력 양성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HD현대중공업은 국내 업체 중 가장 많은 총 18척의 해외 함정 수주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2022년 필리핀 수빅 해군기지에 함정 군수지원센터를 설립하고 필리핀에 인도한 호위함 2척에 대한 MRO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부품의 적기 공급과 정기적 점검 서비스 등 함 운용 측면에서 호위함 승조원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미 해군수송사령부 MRO 사업 수주를 통해 연간 20조원 규모의 미 해군 함정 MRO 시장에 본격 진출하게 됐다"며 "나아가 이미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는 필리핀 함정의 MRO 실적을 바탕으로 아시아, 남미 등 권역별 MRO 시장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미 해군 MRO 사업 3건을 수주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한화는 '마스가' 프로젝트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지난 7월 30일(현지시간) 존 펠란 미 해군성 장관 등 미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필리조선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선박 설계·건조 능력을 보유한 한화가 필리조선소를 교두보로 미국 내 신규 조선소 건설, 조선 인력 양성, 조선 관련 공급망 재구축, MRO 등을 주도하겠다"고 강조하며 미국 정부의 지원과 협조를 요청했다.
한화는 지난해 말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 인수 후 설비 투자, 현지 일자리 창출, 기술 이전 등 전방위적 개편에 나서고 있다. 한국식 생산관리 기법과 공정 최적화 시스템을 적용해 현재 연간 1~1.5척인 건조 능력을 2035년까지 10배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지난 50년간 국내외 함정 건조와 MRO 사업을 이끌어 온 HJ중공업도 미국 진출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현재 미 해군 MRO 진출을 위한 함정정비협약 체결 절차를 준비 중이다. 지난 5월 부산에서 열린 MADEX 2025를 찾은 미국 사절단은 영도조선소를 직접 방문해, HJ중공업이 건조 중인 고속상륙정 실물에 깊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협력, 수십 년에 한 번 찾아올 기회"
한미 조선협력은 우리나라 조선산업에서 수십 년에 한 번 찾아올 절호의 기회로 여겨진다. 특히 국내 조선소들은 미 해군 MRO 사업을 시작으로, 궁극적으로 '신규 함정 건조'를 정조준하고 있다. MRO 사업 자체는 수익성이 낮지만, 이를 토대로 신규 함정 건조를 위한 레퍼런스를 쌓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미 의회도 지난 2월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 및 '해안경비대 준비태세 보장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법안이 통과되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나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 조선소에서 해군 함정을 건조하는 길이 열린다.
전문가들은 한미 조선 협력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장기적 플랜 수립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동맹국에서 함정을 건조한 사례가 없어 법안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고, 시설 고도화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심순형 산업연구원 안보전략산업팀장은 "HD현대의 미 해군 MRO 사업 수주는 한미 마스가 프로젝트 합의 이후 첫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면서도 "국내 조선소들은 MRO 수익성 제고와 미국 내 함정 건조라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국 신규 함정 건조를 위해서는 숙련된 인력과 더불어 부품과 기재자를 납품할 업체 확보 등 '공급망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한화 필리조선소 정상화 사례도 2035년까지 장기 플랜을 수립한 만큼, 단기간 내 투자 단행보다는 장기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미래에섯증권에 따르면 미 해군의 함정 조달 계획 기준으로 향후 10년간 국내 조선업체들이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은 △소형 수상전투함 21척 △군수지원함 32척 △전투보급함 24척 등 총 77척, 약 108조원 규모로 전망된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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