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종언과 트럼프 라운드 시대, 기업 활력막는 입법폭주 안돼

파이낸셜뉴스       2025.08.08 15:06   수정 : 2025.08.08 15:06기사원문





관세폭탄에 자국 기업 보호 총력

상법·노란봉투법 대신 지원 시급

[파이낸셜뉴스]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종식을 선언했다. 기고문을 통한 설명이었지만 동원한 개념과 주장 면에서 글로벌 교역의 중심축이었던 WTO의 종언 선언이라 칭해도 무색하지 않다.

그리어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유럽연합(EU)과 발표한 무역 합의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새로운 경제 질서가 턴베리에서 확고해진 것"이라며 WTO의 대체용으로 턴베리 체제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라운드'라는 새로운 무역질서 구축을 예고한 것이다.

트럼프 라운드의 특징은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시장이라는 당근과 관세라는 채찍을 활용해 세계의 교역 질서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채찍과 당근을 두 손에 쥐고 있으니 미국이 질서 조정자가 되는 게 당연하다는 식이다.

이런 트럼프 라운드의 시작은 이미 WTO가 무용지물이 되면서 예고된 것이다. 미국은 지난 3월 WTO의 재정 기여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이는 WTO 제도 전반을 무시하겠다는 의도이기도 하다. 브레턴우즈 체제와 우루과이 라운드로 이어진 다자무역체제가 미국에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불만이 표면화된 것이다.

이처럼 세계의 교역 질서가 급격히 변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의 대응은 우물안 개구리 수준 아닌가 우려스럽다. 우선, 한미 관세 협상이 끝났다고 자화자찬할 때가 아니다. 언제든 협상의 판을 깨고 새로운 조건을 일방적으로 내미는 것이 지금까지 예측할 수 있는 트럼프식 체제의 특징이다. 가령, 미국은 반도체 관세 100% 부과 가능성을 압박하는 동시에 현재 미국에 공장을 짓는 기업은 예외라고 조건을 붙인다. 당장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들로서는 다행이지만, 이런 구두 약속은 언제든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미국과의 협상에서 우리의 실리를 지키면서도 협상으로 도출한 내용이 구속력을 갖출 수 있도록 외교적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얘기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국내 상황이다. 미국발 관세폭탄으로 각국이 자국 기업 보호에 여념이 없다. 브라질은 55억 달러 규모의 수출보증기금으로 기업을 지원하고, 스위스는 단축근로보상제도를 확대했다. 세계 각국이 자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피해 최소화에 총력을 기울이는데, 우리만 기업 활력을 저해하는 법안 처리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상법개정안과 노란봉투법 입법을 강행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환경에서 이런 법안들은 우리 기업을 옥죄는 자해법과 다름없다.


트럼프 라운드 체제의 핵심은 자국 우선주의다. 각국이 자국 기업과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법률적 제도를 정비하는 반면, 우리만 기업 규제를 강화한다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규제 완화와 투자 촉진을 통해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키우는 정책 전환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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