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즈데이' 팀 버튼 감독 "너 자신을 알라, 독창성을 찾는 열쇠"
파이낸셜뉴스
2025.08.12 10:15
수정 : 2025.08.12 10:3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새 학기를 맞아 네버모어 아카데미로 돌아온 웬즈데이 아담스(제나 오르테가)가 한층 기묘하고 오싹한 미스터리 속으로 들어간다. 지난 6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웬즈데이' 시즌2를 맞아, 팀 버튼 감독과 주연 배우 제나 오르테가, 에마 마이어스가 11일 내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작품과 창작 철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시즌2'에서 주연뿐 아니라 프로듀서로 참여한 제나는 유려한 말솜씨와 똑부러진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너 자신을 알라, 독창성을 찾는 열쇠"
'웬즈데이' 시리즈의 총괄 프로듀서 겸 일부 에피소드를 연출한 팀 버튼 감독은 독창적이고 기괴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세계관으로 전 세계 영화 팬들을 매료시켜온 미국의 영화감독이다. 단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빈센트'(1982)와 흑백 단편영화 '프랑켄위니'(1984)를 통해 정식 데뷔 전부터 특유의 고딕풍 유머와 미장센을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40년 넘게 자신만의 ‘팀 버튼 월드’를 구축한 그는, 자신만의 독창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거머쥔 비결을 묻는 질문에 “먼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고 답했다. "무엇에 끌리는지, 무엇을 시작하고 싶은지 그 감각부터 찾아야 해요. 대중이 뭘 좋아할까 계산하는 순간, 작품은 기성품처럼 변합니다. 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도 관객이나 시청자가 보고 싶어할 것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내 정체성에 충실하려 했을 뿐이죠.”
버튼 감독은 이번 '웬즈데이'의 글로벌 성공 역시 의도된 전략이 아니었다고 했다.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한 건 아니다"며 "성공 여부를 예측하지도 않았죠. 다만 우리의 심장이 시키는 대로, 마음이 이끄는 대로 만들었습니다. 정체성에 충실하다 보면, 그게 국경을 넘어 닿을 수 있다"고 답했다.
"평범이 더 이상, 별종이 더 편해"
'비틀쥬스' '배트맨' '배트맨 리턴즈' '가위손' '크리스마스의 악몽' '빅 피쉬' '유령 신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등 그의 작품은 고딕 판타지, 블랙 코미디, 아웃사이더 서사가 특징이다. 현실과 비현실을 뒤섞고, 괴짜 혹은 사회에서 소외된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그의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괴짜’는 단순한 기괴함이 아니다.
버튼 감독은 "저는 오히려 평범이란 단어 자체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가족이 조금씩 이상하지 않냐"고 질문했다. "평범이란 단어는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모든 사람이 다 '나 이상한 거 같아, 특이한 거 같다'는 느낌을 받지 않나요? 그래서 조금 이상한 게 오히려 평범한 것 같습니다. 몬스터 영화에서도 몬스터가 더 매력적이고, 인간이 더 무섭죠. 저는 그 별종들에게서 가장 큰 공감을 느낍니다.”
그는 이날 "스톱모션 제작기법을 무척 좋아한다"며 "주말에 내 손으로 캐릭터 머리에 머리카락 하나하나를 심는데 정말 힐링됩니다. 스톱모션은 아름다운 매개체입니다. 특히 웬즈데이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담긴 동화잖아요. 스톱모션과 잘 맞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제나 "전형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자기 목소리 내야"
제나 오르테가는 이날 전형적이지 않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소감을 묻자 자문자답부터 했다.
“전형적인 사랑스러움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오히려 전형과 반대되는, 스스로에게 충실한 캐릭터가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형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SNS에 현혹되지 않으며, 솔직하고 자기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여자아이가 가장 사랑스럽지 않을까요? 모든 사람은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웬즈데이'는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영어) 부문 역대 1위에 오르며 ‘오징어 게임’의 기록에 얼마나 근접하거나 넘어설지 관심을 모은다. 또 이 시리즈는 한국을 제외한 다수의 국가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팀 버튼 감독은 "시즌1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기쁘다"며 "우리가 공들여 만든 작품을 전 세계가 즐겨 준다는 사실이 가장 감사합니다. 취향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답했다.
제나 오르테가는 작품을 경쟁의 잣대로 보는 시선 자체를 경계했다. “영화나 드라마를 경쟁작으로 비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만든 이야기가 전 세계에서 시청된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중요한 건 수치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닿는 것입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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