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분만에 양극재 제조… 학부생이 이끈 친환경 배터리 혁신

파이낸셜뉴스       2025.08.12 18:56   수정 : 2025.08.12 18:56기사원문
최선우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학부생
불 안 나는 아연이온 배터리 소재
에너지 소모 20분의 1로 줄이고
4000번 사용해도 성능 95.8%
최상위 학술지 1저자로 논문 실어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이 있다. 고등학교 때 화학과목에서 100명 중 89등의 성적을 받을 정도로 스스로 자랑할 재능은 가지지 못했다. 언젠가 맞이할 7할의 '운'을 놓치지 않기 위해 3할의 '기'를 온전히 노력으로 채워 넣고자 힘썼다.

"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 최선우 학부생(사진)은 1년3개월에 걸친 노력 끝에 재료과학 분야 최상위 국제학술지 '스몰 스트럭처즈(Small Structures)'에 제1저자로 논문을 게재하며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운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며 끊임없는 노력으로 '준비된 사람'이 되겠다는 그의 신념은 이번 논문이라는 값진 결실로 이어졌다.

대학생이 주도한 연구논문이 최상위 국제학술지에 실리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보통 대학원생이나 박사후연구원들이 수행하는 프로젝트에 학부생이 보조적인 역할을 맡는 게 일반적이다.

KENTECH 1기생으로 입학한 최선우 학생은 12일 "참고할 선배가 없다는 두려움 속에서도, 정해진 것이 없기에 무엇이든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으로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서동한 교수와 함께 화재 위험이 없는 친환경 아연이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쉽고 빠르게 만드는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그 결과 기존 합성법의 느리고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플라즈마 보조 수열 합성법'이라는 새로운 공정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양극재 제조 시간을 80분 이내로 단축했고, 에너지 소모량도 기존의 최소 20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특히 기존 합성법들이 공정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는 '블랙박스'와 같았던 것과 달리 이 방식은 실시간으로 재료가 변하는 모습을 보며 조절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최선우 학생은 물 삽입 바나듐 산화물(WiVO)의 최적 합성 조건을 찾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다양한 분석 결과를 해석하며 소재 물성을 추론하는 데 기여했다. 또 이 소재가 g당 324㎃h의 높은 용량과 4000번의 충방전 후에도 95.8%의 성능을 유지하는 뛰어난 안정성을 갖도록 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그는 "교수님과 똑같은 자료를 봐도 얻어낼 수 있는 단서의 질과 양에 큰 차이가 있다"며 "연구 과정에서 방대한 지식 부족에 대한 어려움을 느꼈다"고 소회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지도교수인 서동한 교수와 김선우 박사후연구원 등 여러 선배들의 가르침 덕분에 극복할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학업과 연구를 병행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는 "학생으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으려 학업을 소홀히 하지 않고, 1저자로서의 책임과 노력 또한 소홀히 하고 싶지 않았다"며 "균형을 맞추기보다 시간활용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 연구가 진로계획에 어떤 영향을 줬느냐는 질문에 "두꺼운 소설책의 첫 장을 내디딘 것 같다"며 "이번 논문 집필 과정을 통해 연구 내용을 독자들에게 설득하기 위해 필요한 근거들과 그 구성을 파악할 수 있었던 점이 가장 크게 성장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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