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 끝 새벽 5시 30분 총회에도...플라스틱 협약 "빈손으로 마무리"

파이낸셜뉴스       2025.08.15 17:05   수정 : 2025.08.15 17:0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제네바(스위스 )=박지영 기자】전 세계 최초의 법적 구속력을 갖춘 플라스틱 오염 방지 협약을 위한 협상이 또 한 번 무산됐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12일간 열린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 협상 속개 회의(INC-5.2)’는 폐막일을 하루 넘긴 15일(현지시간)까지 이어진 총회에서 끝내 합의안을 채택하지 못하고, 차기 회의에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번 회의는 폐막일인 14일 오후 3시에 예정됐던 본회의(플래너리)가 수차례 연기되는 등 막판까지 긴박하게 전개됐다.

밤 11시 30분, 의장이 회의를 다음날로 연장한다고 선언한 뒤 새벽 2시 2차 제안문을 내놓았고, 곧바로 수석대표회의가 이어졌다. 이어 오전 5시 30분 총회를 열며 타결 시도를 이어갔지만 쟁점 해소에는 실패했다.

앞서 전날 공개된 의장의 1차 제안문은 일부 쟁점에서 절충을 시도했으나, 생산 감축 조항이 삭제되고, 유해 화학물질 규제 범위가 제한되는 등 핵심 요구가 반영되지 않아 즉각 반발을 불러왔다. 시민사회와 다수 회원국은 “기존 입장에서 크게 후퇴한 문안”이라며 수정을 요구했다.

2차 제안문은 1차 문안보다 폐기물 관리·오염 저감 등의 규제를 자율에서 의무로 강화했으나, 제품 규제 등 쟁점 조항은 자율규제, 국제적 일률 조치, 지침 마련 등 국가들의 다양한 입장을 나열하는 수준에 그쳤다. 재정·기술 지원 조항도 개도국과 선진국의 이견이 명확히 해결되지 않았다. 회의 운영 방식과 관련해서도 일부 회원국은 “논의되지 않은 문구가 삽입됐다”며 절차적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결국 2차 문안 역시 다수 국가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차기 협상의 공식 기반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한국 협상단인 외교부 정기용 기후변화대사는 총회 발언을 통해 “부산 회의의 모멘텀이 제네바로 이어져 타결되기를 기대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해 깊이 유감”이라며 “경제적 이해와 환경보호의 균형을 통합적으로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은 간극을 메우고 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추가 회의가 필수적"이라면서 "우리는 회원국 간 합의를 이끌어내고 세계가 기대하는 강력한 성과를 내기 위해 ‘가교 역할’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협상 결렬 직후 잉거 안데르센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은 미디어 브리핑을 통해 “다자주의는 결코 쉽지 않으며, 2~3년 만에 조약을 채택한 전례는 없다”며 “이번에 각국의 ‘레드라인’이 처음 명확히 드러난 만큼 이를 토대로 향후 더 심도 있는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도 실망한 사람 중 한 명이지만, 회원국들이 논의 방향을 결정하면 UNEP은 이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는 강하게 반발했다. 그린피스 글로벌 플라스틱 조약 협상 대표 그레이엄 포브스는 “제네바에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것은 전 세계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며 “대다수 정부가 강력한 합의를 원했지만, 소수의 악의적 행위자들이 절차를 악용해 야망을 무산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는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시키려면 화석연료 기반의 석유화학 산업 이해관계에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며 “망설일 시간은 끝났다.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고 인류 건강을 보호하며, 채취부터 폐기까지 오염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강력한 법적 구속력 있는 조약이 필요하다”고 규탄했다.

한편 차기 회의 시기와 장소는 향후 회원국 논의를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 되었습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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