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P처럼 폭발적 성장할 것"...탄소중립연구원, LCA 시장 선점 노린다

파이낸셜뉴스       2025.08.17 15:33   수정 : 2025.08.17 15:53기사원문
이민 탄소중립연구원 대표 EU CBAM·DPP·배터리 규제 속 LCA 요구 거세져 SaaS 플랫폼 ‘LynC’, 기존 방식 대비 비용·시간 단축 유한킴벌리·배터리社 등 실증 성과 ERP처럼 폭발적 성장 전망



[파이낸셜뉴스] 전기차 전환이 가속화되던 2020년대 초반, '눈앞의 탄소 배출만 줄이면 된다'는 단순한 논리로는 한계가 뚜렷했다.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탄소, 원자재 채굴부터 폐기까지의 전 과정 배출을 고려하지 않으면 탄소 중립은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 2021년 5월 서울대 출신 연구진이 창업한 탄소중립연구원은 불과 4년 만에 국내 전과정 환경영향평가(LCA) 기반 탄소회계 분야를 대표하는 스타트업 중 한 곳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민 탄소중립연구원 대표( 사진·30)는 17일 "현대차나 나이키, 애플 같은 글로벌 기업이 협력사 동반 감축을 강제하면서 LCA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국내 기업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장벽은 규제의 불확실성과 속도"라고 말했다.

LCA는 원재료 채굴부터 제조·운송·사용·폐기·재활용에 이르는 전 과정을 따라가며 탄소배출과 환경 영향을 정량화하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이미 탄소국경조정제(CBAM), 디지털제품여권(DPP), 배터리 규제 등을 잇따라 도입하며 단순 공장 단위 배출량이 아니라 공급망 전체의 배출량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원청사들은 넷제로 로드맵을 내세워 협력사들에게 입찰 조건으로 LCA 데이터를 제출하라고 압박한다.

이에 발맞춘 탄중연의 주력 제품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플랫폼 'LynC'다. 기존 연구자용 프로그램과 달리 기업 실무자가 직접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고 ISO 14040·14044·14067 등 국제표준 방식으로 보고서를 자동 생성할 수 있다. 이 대표는 "과거 수천만원을 들여 컨설턴트에게 의존해야 했던 작업을 최대 수십만원까지 줄였다"며 "기술력을 통한 사용성 개선과 비용 절감이 가장 큰 차별성"이라고 설명했다. 중견·중소기업을 겨냥한 비전문가용 솔루션 '탄소허브'도 출시하며 고객 저변을 넓히고 있다.

실제 성과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한킴벌리는 '지속가능제품'이라는 사내 기준을 세워 특정 LCA 수치를 넘으면 양산 자체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 탄중연의 LynC를 통해 실증을 마쳤다. GS칼텍스, 동성케미컬, 아모레퍼시픽 등도 LCA 프로그램을 구축했다.

이 대표는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 산하 자동차 LCA 표준안 공동 발의에도 참여 중이다. 그는 “EU는 자국에 유리한 타이트한 산정을 요구하지만, 아시아 제조업의 현실과는 괴리가 크다”며 “한국이 아시아권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않으면 관세처럼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대표는 LCA 시장의 성장 속도를 1990년대 전사적자원관리(ERP)와 비교한다.
ERP가 초창기 60% 성장률로 폭발하며 기업 운영의 기본 인프라로 자리 잡았듯, 아직도 엑셀에 의존하는 기업이 많은 LCA도 머지않아 급격한 확산 국면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 대표는 “시장조사기관은 LCA 소프트웨어 시장을 수천억원대로 보지만, ERP처럼 단계적 성숙 과정을 밟으며 수십배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탄중연은 일본의 그린 트랜스포메이션, 독일의 자동차 규제 카테나X, 프랑스의 기후 정책 등에 발맞춰 시장을 선제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jimnn@fnnews.com 신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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