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위헌 재심사유 포함’ 법 추진.. 헌재 권한 키우고 대법은 힘뺀다
파이낸셜뉴스
2025.08.18 18:40
수정 : 2025.08.18 18:40기사원문
‘헌재 결정 무시’ 대법 관행에 제동
법률 해석 권한 달라 갈등 증폭
민주당 윤건영 의원 발의 예정
헌법재판소가 내린 '한정위헌결정'을 재심 사유로 명문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추진된다. 이렇게 되면 사법부가 헌재의 결정을 무시하는 상황이 줄어들게 된다. 사법부와의 갈등에서 사실상 헌재의 손을 들어주는 셈이다.
헌재 권한을 강화하면서 사법부의 힘을 빼려는 여당 정책 방향의 일환으로 이해된다.
18일 파이낸셜뉴스 취재에 따르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조만간 발의한다.
그러나 사법부의 최상위 기관인 대법원은 법률 해석의 경우 권한이 법원에 전속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한정위헌결정의 기속력(법적 구속력)을 부인하고, 재심 사유로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사례가 많았다. 일선 법원은 통상 대법원의 결정을 따른다.
대표적 사례가 GS칼텍스 사건이다. 회사는 지난 1990년 세제 혜택을 받았지만 주식 상장 등 조건을 지키지 못해 2004년 세금을 추징당하자 행정소송을 냈다. 법원 판단은 갈렸다. GS칼텍스는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승소했다. 그러나 대법원에선 원고 패소 취지로 다시 파기환송했다. 이에 GS칼텍스는 환송심에서 위헌법률심판제청과 헌법소원심판을 잇따라 냈고, 헌재는 2012년 한정위헌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서울고법과 대법원은 잇따라 헌재 결정을 따르지 않았다. 법률 해석 권한이 법원에 있다는 논리였다. 결국 2022년 헌재는 "한정위헌결정도 모든 국가기관을 기속한다"며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대법원 재심 기각 판결을 취소했고, 양측의 갈등은 증폭됐다.
윤 의원의 개정안은 헌법재판소법 제45조에 한정위헌결정을 위헌결정의 하나로 명문화하고, 제47조와 제75조에도 재심 사유로 포함시킨다. 한정위헌결정을 근거로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다.
윤 의원은 "헌재 결정의 기속력을 부인하는 법원의 재판은 헌법 위반"이라며 "개정안으로 국민 기본권 구제를 강화하고 헌법 해석의 통일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한 방송에 출연, "재판소원제(법원 확정판결에 국민이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면 사실상 4심제가 된다"며 "한정위헌결정을 재심 사유로 인정하는 것이 현실적 해결책"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연간 4만건 이상의 재판을 처리하는데, 만약 재판소원제가 도입돼 불복률 30%만 헌재로 넘어와도 1만2000건에 달한다. 이미 연 2600건의 재판을 접수받으면서 지연 문제가 지적되는 헌재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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