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 先자구책 後지원"… 공정거래법 예외 검토
파이낸셜뉴스
2025.08.19 18:27
수정 : 2025.08.19 18:27기사원문
20일 산업장관회의서 발표
사업매각 등 자구노력땐 인센티브
설비감축 협의, 담합 간주돼 제약
공정거래법 완화 등 방안 포함 전망
정부가 석유화학 구조조정을 기업이 자율적으로 먼저 움직이고 정부가 그에 상응해 지원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생산설비 감축·폐쇄나 사업 매각 등 자구노력을 하는 기업에는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다만 기업 간 설비 감축 협의가 담합·독과점 문제로 직결돼 업계에서는 가장 중요한 과제로 공정거래법 완화를 꼽고 있으며, 이번 방안에도 관련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20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석유화학 구조개편 방안'을 발표한다. 정부는 지난해 말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내놓은 뒤 업계의 사업재편을 유인하기 위한 맞춤형 지원책을 마련해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업계 차원에서 다양한 움직임이 있는데 정부가 먼저 얼마를 지원한다고 하면 잡음이 생긴다"며 "기업이 먼저 구조조정에 나서면 그에 맞춰 지원하겠다. 선제적으로 정부가 나서는 것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번 방안은 석유화학 산업의 사업재편을 유도하는 관리·지원 방안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접근이 실제로 구조조정을 이끌 만큼 충분할지가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단순히 "기업이 먼저 움직이라"는 선언만으로는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고, 구체적인 재정·세제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현행 공정거래법상 과잉설비 감축 논의는 담합으로 간주돼 기업 간 협의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적 제약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공동행위가 허용될 경우 곧바로 '공급 제한→제품 가격 상승→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적 보완 없이는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화학산업협회 관계자는 "기업들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방향은 이해하지만, 정부 지원이 미흡하면 선제적으로 나설 기업은 없을 것"이라며 "설비 감축은 현행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어 이번 대책에 관련 제도 개선이나 법적 장치가 포함돼야 기업들이 실제로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 통상 리스크도 변수다. 공정위 규제완화나 공동 구조조정 허용이 국제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은 글로벌 무역 규모가 큰 품목인 만큼 한국 정부가 기업 간 공동행위를 사실상 용인한다는 인상을 줄 경우 '보조금+담합' 이중 프레임으로 공격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정부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용불안과 지역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책도 병행할 방침이다. 석유화학산업이 특정 지역에 집중돼 있어 대규모 설비 감축이 현실화될 경우 협력업체 생태계와 지역 일자리에 직격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고용유지지원금 요건 완화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