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大구조조정 시대"...생존 키워드는 탈플라스틱·스페셜티

파이낸셜뉴스       2025.08.21 15:54   수정 : 2025.08.21 15:54기사원문
NCC 가동률 70% 붕괴 속 구조조정 본격화 업계 스페셜티·해중합 기술로 생존 모색 금융권도 산업 전환 지원 나서

[파이낸셜뉴스] 석유화학 산업이 대규모 구조조정과 고부가가치 제품 전환이라는 이중 과제를 안고 체질 개선의 기로에 서 있다. 정부가 제시한 '사업재편 3대 원칙'에 따라 과잉 설비 감축과 고부가 중심의 사업 전환이 요구되는 가운데, 업계는 생존 전략으로 해중합 기반 화학적 재활용과 스페셜티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규모 사업 재편에 있어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대웅 한국화학산업협회 지속가능경영본부장은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탈플라스틱 사회 전환' 정책토론회에서 "기존 석유 기반 모델로는 지속가능한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며 "이제는 규제 대응을 넘어 미래 부가가치를 창출할 사업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핵심 전략으로는 해중합 기반 화학적 재활용 기술이 주목된다. 해당 기술은 폐페트(PET)를 화학적으로 분해해 원료 수준으로 되돌린 뒤 다시 고분자 형태로 합성하는 방식이다. 환경 규제 대응과 신시장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통해 산업 전환의 핵심 축이 될 전망이다.

해중합 기반 순환경제 체계 구축은 정부가 전날 발표한 석유화학 구조개편 3대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과잉설비 감축 및 고부가 제품 전환 △재무건전성 확보 △지역경제·고용 영향 최소화를 골자로 한 개편 원칙을 제시했다.

업계는 정부 정책 방향에 맞춰 범용 제품 비중을 줄이고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제품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할 계획이다. 특히 국내 전체 나프타분해시설(NCC) 설비 가운데 약 25%에 해당하는 270만~370만t 감축이 검토되고 있다.

현재 NCC 총 설비용량은 약 1280만t으로 계획대로 감축이 이뤄질 경우 생산능력은 4분의 1가량 줄어든다. 여기에 내년 180만t 규모 '샤힌 프로젝트' 가동이 더해지면 공급 과잉 해소 압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실제 NCC 가동률 하락세도 심화되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상반기 석유화학 부문 가동률이 81.3%로 전기 대비 2.5%포인트(p) 하락했고 롯데케미칼은 같은 기간 64.4%로 20.5%p나 떨어졌다. 여수산단 전체 가동률도 지난 2021년 96%에서 올해 1월 기준 77.6%로 낮아졌다. 일반적으로 NCC는 가동률이 70%를 넘어야 손익분기점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발 저가 공급 확대와 글로벌 수요 둔화로 범용 제품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대규모 사업 재편을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화학산업협회에 따르면, 업계는 해중합 기술을 활용한 재생 PET 전환을 추진 중이지만 고품질 원료 확보와 재생원료 가격 상승 우려가 여전하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처럼 재생원료 의무 사용 기업에 우선공급권을 부여하는 제도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다. 또 전체 수요의 일정 비율(20~30%)에 한해 해외 인증 재생원료 사용을 인정해 수급 불균형을 완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한편, 금융권도 석화업계 구조개편 지원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5대 시중은행 및 정책금융기관과 간담회를 열고 석유화학업종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권은 기업이 자구 노력과 사업재편 타당성을 입증할 경우 채권금융기관 공동협약을 통해 기존 여신 유지를 포함한 금융 지원을 검토할 계획이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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