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 자본유출·환율변동성 키울 것"

파이낸셜뉴스       2025.08.21 16:03   수정 : 2025.08.21 16:04기사원문
신현송 BIS 경제보좌관, 세계경제학자대회서 발표
"원화 스테이블코인, 외환거래 규정 무력화할 것“
사용 이력 추적해 점수화해야 불법 거래 방지 가능

[파이낸셜뉴스]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경제보좌관 겸 통화경제국장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외환 거래 규정을 무력화하는 지름길"이라고 우려했다. 화폐의 단일성을 유지하는 것이 통화제도의 핵심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교환비율이 존재하는 스테이블코인이 원칙 자체를 훼손한다는 지적이다.

신 국장은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학자대회(ESWC)에서 "블록체인을 통해 달러 표시 가상자산과 교환하면서 자본유출의 통로를 터주게 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신 국장은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BIS에서 경제 관련 연구를 총괄하며 통화경제국을 이끌고 있다. 특히 디지털 혁신이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BIS의 의제 수립에 주력하는 등 관련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자본유출을 가속화하고 스트레스 상황 발생시 환율 변동성과 자본유입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국 통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더라도 달러 스테이블코인 수요는 여전히 지속될 것"이라며 "글로벌 경제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지배적인 역할과 네트워크 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세계에서 유통되는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의 99%는 미국 달러화 표시 스테이블코인이다. 그는 "달러를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 효과가 존재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며 "기술로 그것을 극복하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아울러 신 국장은 스테이블코인이 금융범죄, 사기, 자금세탁 등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22년부터 스테이블코인을 매개로 한 범죄가 비트코인을 포함한 다른 가상자산 범죄를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그 비중이 약 63%에 달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블록체인 개인지갑을 통해 익명으로 거래하면서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 수 있는 특성 때문에 금융범죄와 자본유출입 통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널리 사용된다"고 말했다.


대안으로는 '맞춤형 점수제'를 제시했다. 블록체인상에서 코인이 얼마나 합법적으로 사용됐는 지를 파악해 불법 거래이력 등이 있는 경우 낮은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다. 신 국장은 "스테이블코인이 통과한 지갑의 이력을 추적해 '합법적 사용 점수'를 계산할 수 있다"며 "과거 불법 거래 오점이 있는 지갑에서 나온 코인은 다른 코인보다 헐값에 거래돼 사용자가 서로를 견제함으로써 불법 거래에 과한 주의 의무가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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