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부실채권 반년새 25% 급증… 건전성 관리 경고등

파이낸셜뉴스       2025.08.21 18:09   수정 : 2025.08.21 18:09기사원문
4대銀 상반기 대출잔액 줄었지만
회수 어려운 고정이하여신 증가
이자도 못받는 '깡통대출' 32%↑
'생산적 금융' 압박 속 부담 가중

올해 상반기 4대 은행의 기업대출 부실채권이 크게 증가하면서 자산건전성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면서 향후 은행들의 기업대출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제출한 올해 상반기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의 올해 상반기 말 기업여신 잔액은 847조456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851조5538억원) 대비 0.48%(4조969억원) 감소한 수치다.

우리은행 등이 보통주자본비율(CET1) 관리를 위해 중소기업 대출을 줄이고, 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대출을 공급하며 여신잔액이 역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은행의 6월 말 기준 기업여신 잔액은 181조5959억원으로 지난해 말(188조6042억원)보다 3.72% 축소됐다. KB국민은행 역시 같은 기간 227조6554억원에서 227조4693억원으로 줄었다.

문제는 전체 기업여신 잔액이 줄었음에도 자산건전성 지표는 크게 나빠졌다는 점이다. 이들 은행의 기업대출 중 고정이하여신은 6월 말 기준 3조4861억원으로 6개월 새 25.36% 증가했다. 고정이하여신이란 3개월 이상 연체돼 회수가 어려운 부실채권을 말한다.

고정이하여신보다 더 악성채권으로 분류돼 '깡통대출'로 불리는 무수익여신은 더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무수익여신은 2조1465억원에서 2조8288억원으로 31.79% 급증했다. 무수익여신은 원금뿐만 아니라 이자도 받지 못하는 대출로 이자수익조차 발생하지 않는다. 이에 총 기업여신에서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율도 일제히 높아졌다. 우리은행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31%에서 0.44%로 0.13%p 상승했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은 0.44%에서 0.47%로 높아졌다.

자산건전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면서 금융권은 난처한 모습이다. 이재명 정부는 가계대출과 부동산 등 비생산적부문에 집중된 금융권 자금을 기업과 혁신산업으로 돌려 경제활력을 높이는 생산적 금융을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새 정부의 초대 금융수장 '투톱'인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와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생산적 금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특히 이 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부동산 가격 상승이 가계대출 확대를 부추기고, 이는 다시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악순환이 형성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대출 건전성이 악화되고 국내 자금이 생산부문이 아닌, 부동산으로 쏠리는 부작용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생산적 금융을 위해 혁신·첨단산업과 벤처기업 등으로 대출이 확대되면 은행들의 자산건전성 관리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기업대출은 통상 경기민감도가 커 건전성 우려가 높은 대출로 꼽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미 연체율이 상승한 상황인데 기업여신을 더 지원하게 되면 새로운 연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건전성 관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