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자산매각 가시밭길… 글로벌 사모펀드 돈줄 말랐다

파이낸셜뉴스       2025.08.25 18:46   수정 : 2025.08.25 18:46기사원문
최근 1년 조달 자금 5920억달러
7년만에 최저치 기록 유동성 위기
관세 정책 변수에 거래 심리 악화
조기출자 할인 등 혜택도 안 먹혀
"운용사 결정시 장기 생존력 부각"

글로벌 사모펀드(PE) 업계의 자금 모집액이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운용사(PE)들이 관리보수 인하와 조기 출자 할인 등 파격적인 유인책을 내걸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와 금리 인상, 자산 회수 지연 등으로 투자자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프레킨을 인용, 글로벌 PE들이 지난 6월까지 12개월간 조달한 자금이 5920억달러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2021년 호황기 대비 약 3분의 1 줄어든 수준이다. 운용사들이 관리보수 인하와 조기 출자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내걸고 있지만 자금 모집액 감소를 막기에 역부족이다. 글로벌 컨설팅사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모펀드들의 순수 관리보수는 절반으로 줄었다. 미국 로펌 폴와이즈의 마르코 마소티 글로벌 사모펀드 자금 모집 총괄은 "현재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각종 할인 혜택을 쏟아내고 있다"며 "수수료 압박이 커지면서 연쇄적인 인하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신규 투자가 이처럼 위축된 이유는 금리 상승과 거래 둔화로 인해 운용사들 수조 달러 규모의 기존 투자 자산을 매각하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투자자들에게 환매된 자산은 11%에 그쳤다. 이는 지난 2009년 이후 최저치다. 금리 인상으로 차입 기반 딜이 위축되고 포트폴리오 매각이 지연되면서 현금 회수와 재투자의 선순환이 끊겼다. 이에 많은 기관 투자자들은 신규 펀드 출자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글로벌 사모펀드 투자사 캠벨루티언스의 리처드 본 구소비우스 글로벌 자산배분 공동대표는 "3년간 유동성 부족을 겪은 뒤 자본 모집 규칙이 근본적으로 새로 작성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돈을 돌려받길 원한다"고 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생 운용사의 급증으로 시장이 과포화된 것도 한 몫했다. 베인앤드컴퍼니는 "역대 최다 펀드가 같은 달러를 쫓는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에선 애드벤트(250억달러), 퍼미라(170억유로), 브리지포인트(약 80억유로) 등 대형 PE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자금 모집에 나서며 자금 쏠림과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정치·정책 변수도 부담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정책으로 올해 1·4분기 말 거래 심리가 위축됐다.
캠벨루티언스가 지난 4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출자자(LP)들의 33%가 '투자 속도 조절', 8%는 '전면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투자자들이 운용사의 '미래 대응력'을 철저히 검증하면서 일부 펀드는 목표 모집액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레데파트너스의 가브리엘 조셉은 "단순한 실적보다 장기 생존 가능성이 투자 결정의 핵심 기준이 됐다"고 강조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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