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재건이냐 대분열이냐… 표류하는 국힘, 새 리더십은

26일 당대표 결선투표 결과 발표
'찬탄 포용' 김문수 "통합" 호소
'반탄 결집' 장동혁, 강성 메시지
한동훈 "최악 안돼" 金에 힘 실어
성일종 "젊은 새대표" 張 편에 서

12·3 비상계엄과 탄핵을 겪으며 위기에 빠진 국민의힘의 새 리더십이 26일 선출된다. '찬탄(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가 경선에서 탈락하면서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반탄(탄핵 반대)파 김문수·장동혁 후보가 결선에서 맞붙는 구도가 형성됐다. 이번에 선출되는 차기 지도부는 내년 6월 예정된 지방선거를 국민의힘의 승리로 이끌고 180석 이상의 의석을 보유한 범여권과 경쟁해야 한다.

무엇보다 심리적 분당 상태에 이른 국민의힘을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25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대표 결선(당원 투표 80%·국민여론조사 20%)은 이날 종료됐다. 최종 승자는 26일 오전 10시께 국회 도서관에서 공개된다. 지난 22일 당 최고위원으로 당선을 확정 지은 신동욱·김민수·양향자·김재원 당선자와 함께 임기가 개시될 예정이다.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로는 김문수 후보의 당선을 점치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 후보가 친한(한동훈)계를 포함한 찬탄파와도 함께 가겠다는 제스처를 취해 안·조 의원의 지지층까지 흡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날 김 후보는 연합뉴스TV 인터뷰에서 "이재명 정부에 맞서 승리하기 위해 안·조 의원 등과도 힘을 합쳐야 한다"며 "흩어져 있는 당내를 통합할 포용과 단합의 리더십이 제게 있다"고 했다. 실제로 한동훈 전 대표는 당원들에게 "최악을 피하게 해 달라"며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사실상 김 후보를 선택해 달라는 메시지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반면 장 후보는 '반탄파 결집' 메시지를 내는데 주력하면서, 김 후보와의 차별화에 몰두하는 모양새다. 장 후보는 이날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김 후보가) 용광로가 돼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다 안고 가겠다고 하는데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며 "그런 분들에 대해 결단을 해야 당이 한 방향으로 갈 수 있지 않겠냐"고 했다. 당내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우세한 만큼, 통합보다는 강성 메시지를 통해 당내 표심을 장악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원내에서 김 후보의 당권 장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우세한 것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대선 정국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를 두고 당 지도부와 극심한 갈등에 시달린 기억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김 후보가 대표를 차지하면,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성일종 의원은 "새 대표는 젊고 혁신적인 리더십으로 당의 변화와 쇄신을 이끌어야 한다"며 사실상 장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한 당 관계자도 "대선 정국에서 단일화에 대한 입장을 번복하는 등 고집이 강한 모습을 보여 이 같은 사례가 반복될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전했다.

반면 장 후보가 당선되면 강성 메시지를 고집하는 만큼 찬탄파와의 융합이 극도로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전한길씨 등 민심과 동떨어져 있다는 인사들과의 거리도 좁히고 있는 만큼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외연 확장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새 지도부가 힘 있는 야당으로서 정부여당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이끌기 위해선 국민 눈높이에 맞는 당 혁신과 통합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찬탄 여론이 우세한 만큼 당내 찬탄 세력을 아우르는 통합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지방선거) 수도권에서 선전하기 위해서는 개혁보수와의 통합이 필요하다"며 "극우세력과 절연하고 안철수·조경태를 비롯한 찬탄파와의 분열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한 켠에서는 누가 당권을 잡든 친한계와는 함께 가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흘러나온다.

만일 이 같은 분열이 지속된다면 분당 사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박 정치평론가는 "지방선거를 전후로 분당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개혁을 주장하는 수도권 보수신당이 나올 수도 있다"며 "(찬탄을 포함한) 당 통합을 해야 지방선거에서 선전하고 다음 총선까지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mail] 이해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