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HD현대 빅딜 윤곽...설비 넘기고 지분 5대 5로 조정
파이낸셜뉴스
2025.08.28 16:59
수정 : 2025.08.28 16:5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석유화학업계에 강도 높은 자구책을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첫 구조조정 사례가 될 전망이다. 지분조정을 통해서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충남 서산의 대산석유화학산업단지에 각각 110만t, 85만t 규모의 나프타분해시설(NCC)을 운영 중인데 이를 현대케미칼이 통합 운영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더 노후화된 설비를 보유한 롯데케미칼의 설비를 '셧다운'한 뒤 현대케미칼에 넘기고, HD현대오일뱅크가 현금 혹은 현물을 추가로 출자하는 방식이다.
만기 연장과 금리 지원으로 석화업계의 구조조정을 지원하고 있는 주채권은행과 금융권 입장에서는 선결조건이던 대주주의 자구노력이 진행된다는 측에서 긍정적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대산산단의 NCC 설비 통폐합 과정에서 현대케미칼의 지분 조정을 통한 계약을 협의하고 있다. 당국 고위 관계자는 "롯데가 그룹 차원에서 석유화학사업의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대산산단의 현대케미칼 사례가 석화업계 구조조정의 첫 사례이자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과거 반도체업계, 조선업계 구조조정처럼 일부 대기업이 다른 기업에 설비를 넘기는 방식으로 경쟁과 비용, 생산은 줄이고,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모델을 석화업계 구조조정에도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정유설비를 갖춘 현대오일뱅크가 롯데케미칼과 현대케미칼의 NCC 설비를 통합 운영하면 정유사와 석화업체의 수직적 통합이 가능해진다.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 관계자들도 "대산산단 구조조정과 관련해 두 회사의 지분 조정도 협의 방안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롯데케미칼은 설비 가치를 최대한 높게 인정받고 싶어하고, 현대오일뱅크는 최대한 낮게 쳐주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든 계약이 그렇듯이 파는 사람은 비싸게, 사는 사람은 싸게 사고 싶은 이치"라면서 "당장에 롯데케미칼의 NCC 설비를 살 만한 다른 기업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분을 10% 이상 줄 수는 없는 만큼 지분 10%에 현대오일뱅크의 현금출자가 얹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채권단 협의체에 참여한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두 회사가 지분 구조를 6대 4에서 5대 5로 바꾸고, 현대오일뱅크가 추가로 자금을 내놓고 하는 부분이 즉시 이뤄질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공동실사 등을 거쳐 가치를 산정하는 작업을 연말까지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mj@fnnews.com 박문수 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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