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피 시대에도...스팩상장 유명무실
파이낸셜뉴스
2025.08.31 17:27
수정 : 2025.08.31 14:3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코스피 삼천피시대에도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시장이 나홀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합병 청구와 신규 상장은 눈에 띄게 줄고 있는 반면, 존립기한내 제짝을 못찾아 소멸되는 스팩은 크게 늘어나는 등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 수요가 줄면서 상장폐지되는 스팩이 속출하고 있다.
올 들어 합병 불발로 상장폐지된 스팩은 19개에 이른다. 같은 기간 합병에 성공한 스팩은 7건에 그쳤다. 스팩은 상장 후 30개월 이내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이로부터 한 달 내 합병이 성사되지 않으면 상장폐지된다. 지난 2023년 2월 상장한 '유안타제13호스팩'과 '삼성스팩8호'도 합병할 기업을 찾지 못해 최근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증시에 입성하는 스팩역시 급격히 줄었다. 올해 신규 상장한 스팩은 총 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8건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2022년 45건, 2023년 37건, 2024년 40건 수준이었지만 올해 코스피지수 3000대 안착에도 스팩시장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직면했다.
스팩은 비상장기업의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상장된 서류상 회사(페이퍼 컴퍼니)로, 지난 2009년 도입됐다. 스팩 합병을 통한 상장은 직상장과 달리 기관투자자의 수요예측과 일반투자자 청약 등 절차가 없어 비교적 간편하다. 또 특례 규정 적용으로 스팩과 예비상장기업의 합병 비율 산정시 자산, 수익가치 등 기업가치 평가 기준을 비교적 자율적으로 설정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스팩 합병 열기는 지난 2023년 신청건수 33건으로 절정을 찍은 뒤 급격히 사그라들었다.
스팩을 통한 우회상장보다 직상장의 주가탄력이 더 높은 게 주된 이유로 꼽힌다. 실제 지난 6월 코스피가 3000선을 넘어서는 등 증시 랠리로 올해 직상장을 통해 증시에 등판한 새내기주 54개의 경우 상장 첫날 평균 52.37% 급등했다. 하지만, 스팩 합병을 통해 상장된 10개 종목은 상장 첫날 평균 2.44% 떨어지는 등 약세를 면치 못했다. 업계에서도 스팩보다 직상장 선호하는 기업의 기류가 짙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는 직상장을 했는데 왜 우리는 스팩합병이냐'는 반응을 보이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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