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알루미늄값 쇼크…현대차·기아 상반기 원재료 매입액 94조 돌파
파이낸셜뉴스
2025.09.01 05:59
수정 : 2025.09.01 05:59기사원문
구리·알루미늄 지난해 대비 20%↑…완성차·타이어 업계 원가 직격탄
관세로 인한 공급망 혼란에 원가 부담…수출 경쟁력 '빨간불'
[파이낸셜뉴스] 구리와 알루미늄, 천연고무 등 핵심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현대자동차·기아뿐만 아니라 국내 타이어 업계의 상반기 원재료 매입액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급증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혼란이 가중되면서 원자재 가격이 지난해 대비 20% 가까이 치솟은 탓이다. 원재료 가격 상승은 기업의 수출 단가 상승과 수출 물량 감소로 이어지는 만큼, 하반기 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현대자동차그룹의 원재료 매입액이 94조686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양사 합산 매입액인 83조7850억원보다 10조9015억원(13.0%) 늘어난 수치로, 관세에 이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기업별로는 현대자동차의 올해 상반기 원재료 매입액이 48조896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2조6874억원)보다 6조2091억원(14.5%) 증가했고, 기아는 45조79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원재료 매입액인 41조976억원보다 4조6924억원(11.4%)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로 인해 원자재 가격 급등하면서 원재료 매입액이 크게 증가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타이어 업체들의 원재료 매입액 증가 역시 두드러진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3사의 올 상반기 원재료 매입액은 3조2596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2조7388억원)보다 5208억원(19.0%) 증가했다. 특히 타이어의 주원료인 천연고무의 가격이 지난해 ㎏ 당 2404원에서 3021원으로 25%가량 증가했다.
자동차와 타이어 업계의 원재료 매입액이 상승한 배경에는 미국의 고율 관세로 인한 시장 변동성 확대가 자리 잡고 있다. 구리는 품목 관세 50%가 적용되는 한편, 고무 등도 주요 생산국의 관세 정책 변화에 영향을 받았다. 김태황 명지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상반기 글로벌 공급망은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어떤 제품은 밀어내기로 빨리 재고를 처리해 가격이 낮아진 반면 또 어떤 제품은 관세로 가격이 상승했다"며 "상반기 공급망 혼란 속에서 기업들의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컸다"고 평가했다.
3·4분기에도 관세 조치로 인해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와중에 원자재 가격 상승까지 이어지며 기업들이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이 10% 상승하면 수출 단가는 0.7% 상승, 수출 물량은 0.2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협회는 "수출 기업의 경우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 "기업 차원에서는 원가절감,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등을 통한 경쟁력 확보를, 정부 차원에서는 차질 없는 원자재 수급 안정화 등 중장기적인 대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security@fnnews.com 박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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