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퀄컴도 선택… 베트남, 글로벌 빅테크 新무대로

파이낸셜뉴스       2025.08.31 18:14   수정 : 2025.08.31 18:14기사원문
AI·우주인터넷 R&D 기지 부상
엔비디아·스페이스X 투자 몰려
삼성·LG전자도 현지조직 확대
또럼 서기장 "해외인재 파격대우"
국내인재 육성 위한 협력도 강화

【파이낸셜뉴스 하노이(베트남)=김준석 특파원】 동남아의 떠오르는 강국 베트남이 '세계의 공장'을 넘어 동남아시아의 하이테크 허브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베트남은 최근 아마존과 스페이스X가 '우주 인터넷'으로 불리는 저궤도 위성 인터넷 사업에 동시에 진출을 선언해 화제를 모았다. 또, 엔비디아·퀄컴·인텔 등 글로벌 빅테크들도 연이어 베트남 내에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하고 있다.

국내 대표 전자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 등도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 해외 R&D 거점으로 베트남을 낙점하고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엔비디아 이어 아마존도 ‘픽’

31일 베트남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트남 과학기술부는 최근 아마존의 위성 인터넷 사업 '카이퍼'의 현지 사업을 승인했다. 아마존은 호찌민에 법인을 설립하고, 2030년까지 5억7000만달러(약 7932억6900만원)를 투자해 박닌성에 최대 6개의 지상국과 단말기 생산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5년간 저궤도 위성인터넷 시범 운영사업도 현재 허가 절차가 진행 중이다. 앞서 베트남 정부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에도 같은 조건을 허가하면서 베트남은 아시아 위성 인터넷 전초기지로 주목받고 있다.

우주 인터넷뿐만 아니라 베트남은 AI와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의 R&D 기지로도 각광 받고 있다. 미국 대표 빅테크인 엔비디아는 지난해 말 베트남 정부와 AI 데이터센터 및 R&D 협력에 합의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AI가 베트남의 성장 동력을 크게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퀄컴은 올해 6월 하노이와 호찌민에 AI R&D센터를 개소했다. 모바일·자동차·사물인터넷(IoT) 분야에 활용할 생성형 AI 연구가 이곳의 핵심 역할이다.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은 R&D센터 개소 차 베트남을 찾은 알렉스 로저스 퀄컴 글로벌 업무총괄 사장을 접견하고 "퀄컴은 반도체와 디지털 인프라 분야까지 협력을 넓혀달라"고 당부했다. 럼 서기장이 개별 기업 관계자를 면담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한국 기업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3년 2억2000만달러를 들여 하노이에 대규모 R&D센터를 세우고 약 3000명의 연구인력을 배치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 R&D 센터는 베트남의 산업 경쟁력 강화는 물론 한·베 양국 간 우호협력 증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도 하노이·하이퐁·다낭에 걸쳐 R&D센터를 운영 중이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용 소프트웨어(SW) 개발·검증을 시작으로 AI가전까지 R&D 저변을 넓히고 있다.

■美로 韓으로… 과학기술 인재 육성

베트남 정부도 동남아 첨단 산업 중심지로의 도약을 위해 이공계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우선 해외에 나간 베트남 우수인재의 복귀를 위한 당근책을 펴고 있다. 럼 서기장은 지난 27일 개최된 제13대 임기 제9차 중앙회의에서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최소 100명의 베트남 해외 유수 전문가를 베트남으로 유치하는 것이 핵심 과제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또, 이들에 대해 기존 틀을 넘어 특별 대우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국제교육협회(IIE)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베트남 유학생은 2만2066명에 달한다. 이는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국가 중 1위에 달하는 숫자다. 이들 중 50%가 STEM을 전공 중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이공계 유학생이 가장 많은 국가도 베트남이다. 8221명으로 중국을 뛰어 넘었다.


국내 한 과학기술원 관계자는 "카이스트를 비롯한 국내 이공계 대학에서도 베트남 학생들의 합격률이 두드러진 편"이라고 전했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현지 이공계 인재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첨단 산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베트남 현지 대기업과 대학들로는 빠른 성장이 사실상 힘들어 해외 기업이나 해외 교육기관과의 협력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면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기업과 교육기관에 있어서 새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june1112@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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