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또 다시 무너진 정해영... 5위와 어느덧 3.5게임차, KIA의 가을도 함께 멀어진다

파이낸셜뉴스       2025.09.01 07:00   수정 : 2025.09.01 07:16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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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정해영은 KIA 타이거즈의 상징적인 마무리 투수다. 광주일고 출신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선동열의 132세이브를 넘어 KIA 구단 역대 최다 세이브 기록을 새로 쓴 투수다. 21세 나이에 이미 KBO 최연소 100세이브를 달성했고, 데뷔 첫 세이브왕에도 올랐다.

‘타이거즈의 뒷문’은 곧 정해영이라는 등식이 오랫동안 당연시되어 왔다. 그러나 2025년 여름, 이 견고해 보였던 방정식이 흔들리고 있다.

31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 KIA는 6-4로 앞선 9회, 정해영을 마운드에 올렸다. 선두 허경민을 잡으며 무난히 출발했고, 장진혁까지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아웃카운트 하나만 남겼다. 그러나 마지막 한 발을 내딛지 못했다. 볼넷 하나, 안타 하나, 그리고 풀카운트 상황에서 김상수에게 끝내기 2루타. 경기의 흐름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이날 패배는 단순한 한 경기의 패배로 끝나지 않았다. 전날 낯선 선발 문용익을 공략하지 못하며 패한 데 이어, 이번에는 다 잡은 승리를 스스로 내준 연속된 충격이었다. 8회 김규성의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으로 만든 ‘극적 드라마’가 무의미해졌다는 점에서 타격은 두 배였다.

사실 정해영의 불안은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니다. 7월 LG전에서의 블론세이브는 팀을 7연패로 몰아넣는 기폭제가 됐고, 8월 두산전 스윕 패배도 그가 지키지 못한 리드에서 시작됐다. 8월 31일 KT전 역시 결정적인 순간에 무너졌다. 올 시즌만 벌써 7번의 블론세이브. 후반기 9.2이닝 동안 10실점이라는 성적은 ‘KIA의 필승 카드’라는 무게와는 거리가 멀다.

이범호 감독은 정해영을 2군에 내려 보냈다가 다시 불러올렸다. 이는 그만큼 정해영이 팀의 상징이자 ‘대체 불가’ 자원이라는 점을 반증한다. ‘신뢰’와 ‘책임’ 사이에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 복귀는 패착이 됐다.그 사이 팀은 치명적인 패배를 반복했다.

정해영을 쉽게 비난할 수는 없다. 선수는 업다운이 있을 수 있다. 프로 선수라면 기복은 어쩌면 숙명이다. 아직 23세의 젊은 투수이며, 누구보다 큰 무게를 지고 뛴다. 이미 쌓아온 업적과 상징성은 그를 비판의 대상이라기보다 안타까움의 대상으로 만든다.

그러나 냉정한 현실은 명확하다. KIA가 5강 싸움에서 점점 멀어지는 지금, 결정적인 순간마다 반복된 마무리 실패가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팬들이 느끼는 상실감도 바로 거기에 있다.




가을야구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정해영이 다시 제 모습을 찾느냐, 혹은 KIA가 새로운 길을 택하느냐.

선택은 쉽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건, 지금 이대로가게 된다면 KIA의 가을은 ‘뒷문에서 무너진 시즌’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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