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감축, 효율적 전력소비를 위한 길

파이낸셜뉴스       2025.09.02 18:11   수정 : 2025.09.02 18:11기사원문

기후위기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일상적 재난이 되었다. 스페인에선 폭염으로 단 16일간 1100여명이 사망하고, 파키스탄에선 갑작스러운 폭우로 3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나라 역시 폭염과 집중호우가 교차하는 극단적 날씨변화가 반복되며 인명과 재산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

이상기후는 더 이상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구조화된 위험이다.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은 온실가스 감축이다. 다행히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은 최근 속도를 내는 듯하다. 올해 청정수소발전 의무화 제도(CHPS)가 도입된 한편, 배출권 시장의 정상화를 위한 유상할당 확대 예고도 반가운 소식이다. 다만 문제는 비용이다.

전환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비용은 전기요금 내 기후환경요금으로 소비자에게 부과된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배출권 거래, 석탄발전 감축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을 청구하는 이 요금의 단가는 현재 9원/㎾h이다.

앞서 언급한 배출권 유상할당 확대에 따른 비용은 기후환경요금 단가를 상승시킬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재 배출권 시세는 t당 8000원대에 불과하나 전환 부문에 100% 유상할당을 시행하고 있는 EU의 배출권 시세는 t당 10만원을 넘어간다.

사실 적은 비용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효율적 전력소비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에너지효율 개선을 통해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약 70억t의 탄소배출을 감축하였으며, 2000년 이후 6800억달러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한 것으로 추정됐다. 또한 2030년까지 탄소배출 감축 목표의 3분의 1 이상이 에너지효율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전기 소비자에게 올바른 '가격시그널'을 주는 일이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오랜 기간 '콩(공급원가)보다 싼 두부(전기료)' 구조가 지속되어 왔다. 이는 일견 가계와 산업계의 부담을 덜어주는 듯 보이지만, 전력 소비를 절약할 유인이 없어 과소비를 조장하게 된다.

물론 단순히 전기요금을 높여 전기를 적게 쓰자는 담론에 그쳐서는 안된다. '전기절약'을 맹목적인 구호처럼 외치던 시대는 지났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더 적게 쓰는 것이 아니라 더 똑똑하고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다. 기업은 과감히 신기술 개발에 나서며 시장은 혁신적인 효율향상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그러나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으로는 에너지 신기술·신사업 투자가 위축되기 마련이다. 시장에 올바른 가격시그널을 줌으로써 시장이 스스로 효율화를 향해 가도록 만드는 것이 보다 지속가능한 해법이다.
낮은 수준의 요금이 잠깐의 안도감을 줄 수는 있지만, 그 대가는 사라지지 않고 결국 부담해야 할 비용으로 돌아온다. 올바른 가격시그널과 효율적 에너지 사용은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저렴하고 확실한 지름길이다. 기후위기가 현실이 된 지금,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기나긴 여정을 앞두고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한다.

허윤지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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