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폭등했는데 물가 하락?… 통신료 인하 '착시'였다
파이낸셜뉴스
2025.09.02 18:15
수정 : 2025.09.02 18:15기사원문
8월 소비자물가 9개월 만에 최저
해킹 SKT 요금 감면 영향 1.7%↓
원래대로라면 2.3% 뛰었을 상황
폭염·가뭄에 먹거리 물가는 '비상'
파프리카·배추 등 큰 폭으로 올라
농축수산물 물가는 5% 가까이 급등했다. 13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 먹거리 물가 고공행진으로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8월 물가 '반짝 둔화'
이번 물가 둔화는 통신비 인하 효과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SK텔레콤이 해킹 사고에 따른 보상 차원에서 8월 한 달간 전체 가입자 대상 요금을 50% 감면하면서 휴대전화료는 전년 대비 21.0% 급락했다.
이는 2020년 10월 정부의 전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 당시(-21.6%) 이후 최대 낙폭이다. 이 영향으로 공공서비스 요금은 3.6% 하락해 전체 물가를 0.42%p 끌어내렸다. 통신요금이 이전 수준을 유지했다면 물가는 2.3%로 치솟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두원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브리핑에서 "물가상승폭이 0.4%p 줄어든 이유는 휴대전화료 요금 감면 영향이 제일 컸다"며 "휴대전화료 부분 하락을 제외했을 때 상승률은 2.3% 내외"라고 말했다. 그는 "휴대전화료 같은 경우 이번 8월에 일시적으로 감면됐기 때문에 다음 달에는 그 영향으로 일부 상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농축수산물 13개월 만에 최대폭… 먹거리 부담 가중
물가 상승 압력은 여전히 크다. 특히 농축수산물 가격이 전년 동월보다 4.8% 오르며 13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했다. 폭염과 가뭄으로 채소·과일 출하량이 줄어든 데다, 수입 축소와 어획량 감소가 겹쳤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폭이 큰 품목은 찹쌀(45.6%), 복숭아(28.5%), 고등어(13.6%), 쌀(11.0%), 돼지고기(9.4%), 국산쇠고기(6.6%) 등다. 한달 전과 비교하면 파프리카(52.1%), 배추(51.6%), 시금치(50.7%), 토마토(35.9%) 등이 큰 폭으로 뛰었다.
수산물(7.5%), 축산물(7.1%)도 공급 감소 영향으로 상승했다. 수산물은 2023년 2월(8.2%)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다. 국산쇠고기는 2022년 1월(7.6%) 이후 3년 7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뛰었다. 돼지고기도 2022년 7월(9.5%) 이후 3년 1개월 만에 가장 크게 상승했다. 곡물은 전년 대비 14.7% 올라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졌다. 가공식품은 김치(15.5%), 커피(14.6%) 등을 중심으로 4.2% 상승했다. 일부 품목의 할인 종료가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9~10월 추석 명절에 수요 증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1.3% 상승했다. 전월(2.0%)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1.5%였다. 역시 전달(2.5%)보다 낮아졌다. 생활물가지수 가운데 '식품'은 3.9% 상승했지만, '식품 이외'는 0.1% 하락했다. 다만 이는 일시적인 요인에 따른 물가의 반짝 안정세로, 향후 흐름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이번 물가 둔화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추석 전후 수요 증가와 에너지 가격 흐름 등을 주시하고 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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