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딤펀드 1년...수익률 매력에도 자금 유입 아쉽네
파이낸셜뉴스
2025.09.07 13:02
수정 : 2025.09.07 13:0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을 보완하기 위해 출시된 디딤펀드가 우수한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자금 유입은 일부 펀드에만 집중되면서 판매처 확대가 주요 과제로 꼽힌다.
디딤펀드는 지난해 9월 금융투자협회가 25개 자산운용사와 함께 공동 브랜드로 내놓은 상품이다. 이중 10개는 기존에 있던 자산배분형 펀드를 개편한 것이고, 나머지 15개는 새로 출시됐다.
또 다른 자산배분펀드 유형인 생애주기형 펀드(TDF)와 달리, 디딤펀드는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다양한 자산 간 분산투자를 통해 주식보다 안정적이면서도, 채권이나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한다.
각 운용사들이 다양한 전략으로 디딤펀드를 운용하면서 일부 상품은 출시 이후 수익률이 10%를 웃돌 정도로 우수한 성과를 냈다. 출시 이후 8월 말까지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낸 상품은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디딤자산배분펀드'(15.19%)였다. 국내 고배당 가치주와 해외 성장주, 국내 단기 및 중장기 채권 자산주에 대한 분산 투자를 바탕으로 수익을 냈다. 대신자산운용의 '대신디딤올라운드자산배분펀드'(14.87%) 등이 뒤를 이었다. 트럼프 정부서 수혜가 기대되는 조선 업종과 관세 영향도가 낮은 엔터 업종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높은 성적을 냈다.
다만 일부 펀드를 제외하고 설정액 증가는 제한적인 모습이다. 신한자산운용의 '신한디딤글로벌EMP펀드'가 출시 이후 375억원이 늘면서 가장 자금이 크게 늘었다. 뒤이어 '삼성디딤밀당다람쥐글로벌EMP펀드'(269억), '흥국디딤연금플러스펀드'(217억) 등에 출시 이후 2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하지만 25개 펀드 중 19개는 출시 이후 자금 유입이 50억원 이하에 그쳤다. 이중 10개 펀드는 설정액 유입이 10억원 미만에 불과하거나 오히려 순유출을 보였다.
자금 유입이 더딘 배경으로는 판매처 확대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 꼽힌다. 현재 디딤펀드는 지주사(은행)가 계열 운용사 디딤펀드를 취급해주는 일부 사례를 제외하고는 증권사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국내 금융상품 최대 판매처가 은행인 만큼, 외형 확장을 위해서는 은행 등 안정적 판매 채널 추가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금투협은 주요 시중은행에 디딤펀드 판매 협조를 지속 요청하고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금투협회가 주도해서 낸 디딤펀드를 다른 업권인 은행 등에서 '굳이 팔아 줄 이유가 없다'는 인식이 여전히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디딤펀드만의 차별화 요소가 투자자들에 각인될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아직까지 ETF나 TDF 만큼의 관심이 있지는 않다"며 "디딤펀드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투자자들도 있어, 관심이 확산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디딤펀드가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편입이나 기업들이 DB형(확정급여형 퇴직연금)에 활용하는 사례가 더 늘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펀드가 디폴트옵션 상품군에 포함되기 위해선 증권사 은행 등 퇴직연금 사업자 심사를 거쳐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지난 5월 '삼성디딤밀당다람쥐글로벌EMP 펀드'가 디딤펀드로는 처음으로 iM증권 디폴트옵션에 포함됐다.
금투협 관계자는 "연말로 갈수록 세액공제 수요가 늘면서 디딤펀드를 찾는 투자자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속도가 더디지만 도입 초기인 만큼 TDF처럼 디딤펀드도 차츰 연금 상품으로서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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