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저 수준 한국 담뱃값, 오른다면 얼마가 적당할까요?

파이낸셜뉴스       2025.09.06 07:00   수정 : 2025.09.09 09:14기사원문
'10년 동결' 담뱃값 인상 논의
담뱃값 높은 나라는 흡연율 낮아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흡연율 감소와 국민 건강 증진을 명분으로 2500원이던 담뱃값을 4500원 인상한 지도 벌써 10년이 지났다. 지난 5월 일본계 담배회사 JTI코리아의 담배 9종의 가격이 100~200원 인상되긴 했지만, 지난 10년 동안의 소득과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구매력 대비 담뱃값은 지속적으로 감소해온 것이나 다름없다. 5년간 감소세에 있던 성인 흡연율도 2023년 기준 19.6%로 전년대비 1.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며 다시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담뱃값을 인상해야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담뱃값과 세금


담배에 세금이 붙기 시작한 것은 1989년 부터다. 지방 자치 확대에 따른 재원 확보 차원에서 지방세가 먼저 도입됐으며, 당시 궐련 1갑에는 담배소비세 360원이 부과됐다. 1996년부터는 1갑당 184원의 지방교육세가 추가됐다. 지방교육세는 초중고 무상교육 등에 사용되는 지방 교육 재정 확충과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사용된다.

국세는 1999년부터 적용됐다. 담배산업이 국가 독점에서 민영화되면서 모든 담배 제품에 부가가치세 10%가 붙은 것이다. 이후 2015년 대폭적인 가격 인상과 함께 개별소비세가 신설됐고, 당시 인상분 2000원 가운데 594원이 이 세금으로 책정됐다.

담배에는 세금 외에도 목적별 부담금이 붙는다. 세금과 달리 특정 사업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부과되는 금액이다. 대표적인 것이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이다. 1997년 도입 당시 2원에서 시작해 2002년 150원, 2004년 354원으로 인상됐으며, 2015년에는 841원으로 오르며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폐기물부담금은 1994년 4원으로 시작해 2005년 7원, 2015년 24원으로 올랐다. 담배꽁초 등 폐기물 처리와 환경 보전이 주된 용도다. 연초생산안정화기금은 2002년 10원으로 신설돼 2004년 15원으로 올랐지만 2008년 폐지됐다가, 2015년 5원으로 다시 도입돼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담배(1갑 4500원)에는 각종 세금과 부담금이 붙어 있다. 개별소비세 594원, 부가가치세 409원, 담배소비세 1007원, 지방교육세 443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841원을 합치면 총 3323원으로, 판매가의 73.8%에 달한다. 궐련형 전자담배(HTP)의 경우 1갑(20개비)당 3004원이 세금으로 부과돼 비중이 66.8%이고, 액상형 전자담배는 1㎖당 2209원이 과세돼 가격의 절반가량(49.1%)을 차지한다.

하루에 담배 한 갑을 태우는 흡연자의 경우 121만2895만원을 매년 세금으로 내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매년 내놓는 '담배시장 동향'에 따르면, 담배 제세부담금 즉 담뱃세는 2014년 6.9조원에서 담뱃값이 2000원 인상됐던 2015년 10.5조원으로 크게 오른 뒤 9년간 11조~12조원 대에 머물고 있다.

담뱃값과 흡연율


한국의 담배값은 세계적인 수준에서 낮은 편이다. 글로벌 국가·도시 비교 통계 사이트인 넘베오(Numbeo)에 따르면 우리나라 말보로 1갑 가격은 환율 1454원을 기준으로 3.12달러(약 4500원)로, 조사 대상 99개국 가운데 하위권인 70위로 나왔다. OECD 38개국 중에선 35위이로 최하위권이다.

담뱃값이 가장 비싼 나라는 호주로, 1갑 가격이 4만1000원(약 28.3달러)에 달한다. 호주는 담뱃값을 공격적으로 올려 흡연율을 낮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정부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담배소비세를 10%씩 인상했으며, 그 결과 2012년 16%를 웃돌던 흡연율이 2023년에는 10% 미만으로 크게 떨어졌다.

호주 외에도 영국·아일랜드·캐나다는 담뱃값이 비싼 국가들인데, 흡연율은 한국보다 대체로 낮게 나타났다.



담뱃값 인상, 어떻게 할 것인가


지난해 11월 담뱃값 인상설이 불거졌을 당시 기획재정부는 "담뱃값 인상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담뱃값이 동결되면서 실질 가격은 오히려 낮아졌고, 성인 흡연율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데다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상 방식과 관련해서는 크게 두 가지 의견이 제기된다. 우선 물가 상승률에 맞추거나 매년 일정 금액을 더하는 방식으로 단계적 인상을 하자는 주장이다. 사회적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가격 인상이 소폭에 그치면 흡연자에게 실질적인 금연 유인이 약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특히 한국 담뱃값이 이미 세계 최하위권이라는 점에서 실효성이 낮다는 평가도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개인의 행태 변화 유도를 위한 현금지원정책의 효과와 시사점' 보고서는 "물가지수 등과 연계한 담배가격 및 담배과세의 지속적 인상이 흡연량 저감에 바람직한 방식일 수 있다”면서도 "현행 담배가격이 워낙 낮은 수준이라 이러한 지속적 인상이 흡연 억제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반면 2015년처럼 단번에 대폭 올리는 방식은 충격은 크지만 효과가 뚜렷하다. 당시 담뱃값을 한 번에 80% 인상했을 때 판매량은 전년보다 약 9억7000만 갑 줄었다. 다만 같은 보고서는 단발성 인상의 충격 효과가 4개월에 불과하다며 한계도 지적했다.


적정 가격 수준에 대해서는 업계 안팎에서 OECD 평균인 8000~1만원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보건대학원 연구팀은 지난 1월 대한금연학회지 기고에서 담뱃값을 올해 안에 8000원으로 인상하거나 매년 10%씩 올려야 2030년까지 성인 남성 흡연율을 25%까지 낮출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5월 서홍관 대한금연학회장 및 국립암센터 원장 역시 세계 금연의 날 기념식에서 담뱃값을 8000원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sms@fnnews.com 성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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