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 제출된 증거에 타인 개인정보 포함…대법 "정당행위"
파이낸셜뉴스
2025.09.05 12:03
수정 : 2025.09.05 12:03기사원문
584명 입주자카드 법원에 제출…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1·2심 유죄 판단→대법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파이낸셜뉴스] 재판 당사자가 주장의 증명이나 방어권 행사를 위해 타인의 개인정보가 담긴 자료를 법원에 제출한 경우, 정당행위로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처벌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7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당시 A씨는 관리비 문제 등으로 인해 일부 주민과 갈등을 겪고 있었다. 주민들은 940세대 중 과반수가 넘는 606세대의 서면동의를 받았으므로 입주자대표회의가 해산됐다며, 2020년 4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및 동대표의 직무집행정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해당 사건에서 A씨 등은 서면동의가 무효이거나 철회된 경우가 있다며 입주자대표회의 해산에 동의하는 세대수가 과반수에 미달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세대주나 세대구성원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요구했고, A씨는 입주자카드를 제출했다.
1심에 이어 2심은 A씨가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누설했으므로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정당행위로 볼 수 있다며 판단을 달리했다. 대법원은 "재판 과정에서 소송상 필요한 주장의 증명이나 범죄 혐의에 대한 방어권 행사를 위해 개인정보가 포함된 소송서류나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는 경우에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가처분 사건에서 입주자대표회의 해산 결의에 필요한 정족수가 충족됐는지 여부가 주된 쟁점이었던 만큼, A씨의 주장을 소명하는 자료이자 재판부가 제출을 명한 자료이므로 입주자카드 제출은 "소송행위의 일환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삭제하는 등 보호조치를 했다는 점도 반영됐다.
대법원은 또 "입주자대표회의 해산 여부는 아파트의 적절한 운영·관리 등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항으로, 아파트 주민들을 포함한 다수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입주자카드에 기재된 최소한의 개인정보조차 이용하지 못함으로써 입주자대표회의 해산에 관한 서면동의 등의 효력을 명확히 판단하지 못한다면 사회적·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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