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특수'에 일본 2분기 성장률 큰 폭 상향…경기 회복은 '글쎄'
파이낸셜뉴스
2025.09.08 15:29
수정 : 2025.09.08 15:32기사원문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의 올해 2·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0.5% 증가하며 5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식음료 등 개인소비가 늘어나며 기존에 발표된 속보치보다 큰 폭 상향 조정됐다.
8일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실질 GDP는 전 분기보다 0.5% 증가했다.
이는 지난달 15일 발표된 속보치(전기 대비 0.3% 증가, 연율 1.0% 증가)에서 크게 상향 조정된 수치다.
이번 성장세를 이끈 건 개인 소비였다.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소비가 전분기 대비 0.4% 증가해 속보치(0.2%)보다 크게 확대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찍 찾아온 더위가 식음료 소비를 자극하며 개인소비가 속보치보다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6월은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898년 이래 가장 더운 달이었다. 오키나와 등에서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장마가 그치면서 무더위가 심해지자 외식이 호황을 보였다.
실제로 최근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서비스 산업 동태 통계조사'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음식점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7.7% 늘었다. 폭염에 대응해 출시된 한정 메뉴가 큰 인기를 끌었다.
일본푸드서비스협회의 '외식산업 동향 조사'에서도 지난 6월 외식산업 전체 매출이 전년동월 대비 6.0% 증가했다. 협회 조사에 따르면 냉면류와 맥주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
반면 기업의 설비투자는 1.3% 증가에서 0.6% 증가로, 민간주택은 0.8% 증가에서 0.5% 증가로 각각 하향 수정됐다.
다만 향후 일본 경제를 낙관하기는 이르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개인소비 증가율이 높게 나타난 데는 기저효과도 작용했기 때문이다.
일본 내각부는 이날 올해 1·4분기 실질 GDP 성장률을 전기 대비 0.03%로 발표했다. 지난 7월 발표 당시(전기 대비 0.2%)보다 하향 조정된 것이다. 1·4분기에는 외식 소비가 부진했다. 소니파이낸셜그룹의 미야지마 다카유키는 "(2·4분기 GDP 수치를) 본격적인 회복 신호로 보기는 아직 이르다"고 지적했다.
미야지마는 "일본 경제가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려면 개인소비의 지속적인 증가에 더해 기업 설비투자와 수출이 안정적으로 이어져야 한다"면서 "7월 수출액이 3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미국 관세 정책의 영향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어 출발은 좋지 않다"고 우려했다.
같은 날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국제수지 통계(속보치)에 따르면 지난 7월 경상수지는 2조6843억엔(약 25조원) 흑자로 집계됐다. 6개월 연속 흑자 행진이다. 다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흑자폭이 19.1% 줄었다.
상품수지는 1894억엔(약 1조8000억원) 적자였다. 수출액과 수입액은 각각 4.9%, 7.4% 감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관세 정책 영향으로 자동차 수출액이 11.4% 줄었다.
닛세이기초연구소의 사이토 타로는 "올해 2·4분기 (GDP 성장률) 상향 수정으로 인해 3·4분기에는 성장률 하향 폭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2% 성장이 약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날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퇴진 발표로 물가 상승 대책 등 경제 정책 향방이 불투명해진 것도 일본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한다. 닛케이는 "올해 3·4분기 경제 동향이 일본 경제의 미래와 차기 정권의 경제정책을 전망하는 데 있어 중요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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