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 몰라도 OK"...GS 해커톤, 비전공자도 'AI 도구'로 문제 푼다

파이낸셜뉴스       2025.09.08 16:20   수정 : 2025.09.08 16:20기사원문
허태수 회장 “현장 지식과 AI의 결합”
역대 최대 규모 해커톤 행사
직원이 만든 AI 툴, 전사적 공유



[파이낸셜뉴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하겠습니다."

8일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제4회 GS그룹 해커톤' 대회에서 GS그룹과 계열사 임직원 428명이 한목소리로 이 같이 외쳤다. 이날 참가자들은 노트북을 펼치고 토론을 이어가며 각자 현장의 문제를 직접 정의하고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 도구를 활용해 해법을 구현해냈다.

이번 해커톤의 중심에는 GS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전환(AX) 플랫폼 '미소(MISO)'가 있다. 해당 도구는 자연어만으로 코드와 웹 화면을 구현할 수 있어 프로그래밍 지식이 없는 직원도 쉽게 활용 가능하다.

GS칼텍스 이종호 선임은 "비전공자인 저도 온라인 강의 하나만 듣고 따라할 수 있었다"며 "미소를 통해 공사 발주 시 협력사에 반복적으로 안내하던 절차를 AI 플랫폼으로 자동화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미소와 함께 글로벌 테크기업 '버셀(Vercel)'의 바이브코딩 툴 'v0'를 병행 활용해 AI 기반 문제 해결에 나섰다. 해커톤 규모도 역대 최대다. 오프라인 참가자만 428명으로 리모트 리그를 포함하면 총 837명(256개 팀)이 참여했다. 외부 기관 10곳도 함께하며 협업 실험의 장으로 확장됐다는 평가다.

GS의 이번 시도는 허태수 회장이 강조해온 '현장 자율 기반 디지털 전환' 전략의 연장선이다. 허 회장은 "석유·석유화학·가스 등 전통 소재산업만으로는 미래 성장이 어렵다"며 "디지털 기술과 전통 기술의 결합이 GS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활용이 우승이나 상금 없이도 전사적인 자발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허 회장은 "사업성보다 직원 편의를 우선시한다"며 "과거엔 풀지 못했던 현장 문제가 AI로 개선되면 고객 경험도 결국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GS는 이러한 디지털 자산을 계열사 간 공유하는 내부 '마켓플레이스(공유 플랫폼)' 구축에도 나설 방침이다. 김진아 GS 상무는 "이미 일부 계열사 간 자발적인 공유가 이뤄지고 있다"며 "이를 시스템화하는 논의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실제 활용 사례도 확산 중이다. GS파워가 만든 뉴스 클리핑 AI 프로그램은 다른 발전 계열사로부터 "그대로 가져다 쓰고 싶다"는 요청을 받고 있으며 GS칼텍스는 사내 절차서 95건을 분석해 AI 안전 챗봇을 구현했다.

해당 챗봇은 현장 사진을 기반으로 위험 요소를 자동 식별해 안전 정보를 제공한다. 과거 수작업으로 3~4개월 걸리던 작업이 미소 도입 후 1주일로 단축됐고 올해 1~4월 기준 월평균 146명이 794건을 이용할 만큼 내부 반응도 뜨겁다.

AI 활용 확산에 따라 GS는 보안 문제 대응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외부 AI 도구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섀도우 정보통신(IT)' 리스크에 대응해 미소 플랫폼 외 기업 데이터 업로드를 차단하고 계열사 간 위협 정보를 공유하는 '레드팀' 체계를 운영 중이다.

한편, GS는 그룹 내에서 개발한 사례와 플랫폼을 확산시키며 균형 있는 한국 AI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구상이다. 혁신 조직 52g(Open Innovation GS)협의체를 통해 툴·교육·커뮤니티를 제공하고 작은 현장의 개선부터 새로운 사업 기회 창출까지 이어지는 구조 마련을 목표로 한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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