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회 받는 임금→2회로” 기재부 급여주기 다양화 논의한다
파이낸셜뉴스
2025.09.09 14:02
수정 : 2025.09.09 14:0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월 1회 급여를 받는 데 익숙한 한국의 월급 문화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정부 연구 용역 결과가 발표됐다. 선진국처럼 주(週)마다 급여를 받는 등 급여 주기가 다양화될 경우 비정규직 및 저소득층 근로자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한 축인 소비를 끌어올리는 장점도 있다는 분석이다. 기획재정부는 세분화된 급여 지급 방식에 대한 근로자 수요가 있다고 보고 관계부처와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지만, 기업에 이를 강제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월급제 고착화, 비정규직·청년층에 불리'
기획재정부는 9일 사단법인 정책법령연구소에 의뢰한 ‘급여지급주기 해외사례 연구 및 다양화 방안’ 연구 용역 결과를 제출받았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해 7월 ‘역동경제 로드맵’을 통해 선진국형 급여 지급체계(월 2회, 주급제 등) 도입을 검토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당시 검토의 연장선으로 발표된 셈이다. 당시 내수 침체 초입에 접어든 상황에서 소비 활성화를 위한 급여 주기 단축이 고려됐으며, 직장인의 자금 유동성을 원활히 하려는 취지도 있었다.
연구는 한국의 관행적인 월 1회 급여 지급 방식을 바꿀 것을 제안했다. 근로 조건이 불안정한 경우 생계 유지를 위해 현금이 자주 필요하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이 올해 4월 근로자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정규직 근로자의 95%가 월급제를 적용받고 있었으며 이 중 68%가 월급제를 선호했다. 반면 비정규직의 월급제 선호 비율은 41%에 그쳤고, 반월급제(17.9%)를 선호하는 비율이 높았다. 일용직은 월급제 선호가 45.5%였고 주급(22.7%) 선호가 가장 높았다.
비정규직과 일용직 상당수는 급여일 전 생활비 부족으로 신용카드나 대출에 의존한 경험이 있었던 만큼, 급여 주기가 짧아질 경우 심리적 안정감이 커진다고 답했다. 획일적인 임금 지급이 현실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기업 부담·제도 개선이 최대 과제
문제는 급여주기 변경이 기업들에게 전사적 관리시스템 전환이라는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올 4월 기업 관계자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67.4%가 행정적 부담 증가를 급여주기 다양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았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해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월급제뿐 아니라 반월급제, 주급제도 법적으로 모두 가능하다. 그러나 행정·문화·시스템적 요인으로 월급제가 고착화된 상태다. 연구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임금근로자 중 시급제·일급제·주급제를 택한 비율은 17.9%에 불과하다.
연구는 급여주기 다양화를 위해 정부가 기업에 인센티브와 제도 정착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업의 행정·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세제 혜택, 중소기업 컨설팅 지원, 관련 기술 도입 보조금 지급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근로자가 필요할 때 앱(App) 등 핀테크를 활용해 일한 만큼 급여를 즉시 인출하는 ‘온디맨드(요청 시 지급) 급여’ 방식을 제시했다. 기업의 급여 시스템 변경 부담을 기술로 줄일 수 있다는 취지다. 아울러 급여 주기 변경에는 근로계약서와 취업규칙 개정 등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법적 절차가 수반되므로 정부의 정책적 홍보도 필요하다.
기재부는 급여주기 다양화를 위한 제도를 당장 도입할 계획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고용노동부가 관련 법을 담당하고 있어 부처 간 논의가 필요하다. 연구 결과를 고용부에도 전달했다”며 “급여주기 다양화를 위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어 “외국 사례를 보면 월급제가 보편적인 제도는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키려는 연구”라며 “급여주기 방식을 바꿀 경우 기업의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선행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제 전문가들은 소비 진작을 위해 장기적으로 급여 주기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급여 주기가 짧아지면 근로자의 소비가 더 효율적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윤석열 정부 시절 시작됐지만,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등 소비 진작책을 추진하는 현 시점에도 여전히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연구 용역 결과 또한 해외 사례를 인용해, 급여 주기가 짧아질 경우 소비가 증가하고 소비가 특정일에 집중되지 않고 고르게 분포한다고 분석했다. 급여일 집중이 특정일 소비 쏠림으로 이어질 경우 서비스 질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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