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 약속 하루만에..與 “사과하라” vs 野 “실망스럽다”

파이낸셜뉴스       2025.09.09 14:30   수정 : 2025.09.09 14:41기사원문
李대통령 중재로 협치 약속한 지 하루만
정청래 "언제까지 내란당..대국민사과하라"
장동혁 "李, 양보하랬는데 野 없애겠다 해"
"어제 손잡고 하루아침에 뒤집는 정치 그만"
10일 張 연설·11일 권성동 체포..충돌 불가피
벌써 깨진 여야 협치에 민생경제협의체 불투명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모처럼 만나 협치를 약속한 이튿날인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여느 때와 같이 고성이 오갔다. 교섭단체 대표연설 연단에 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대국민사과를 촉구했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유감을 표명했다.

정 대표가 전날 이 대통령 중재 하에 ‘야당과 악수도 안하겠다’는 으름장을 깨고 장 대표와 수인사를 나눴을 때에는 협치 분위기 전환 기대가 나왔다.

정기국회는 다수 입법은 물론 내년도 예산안과 세제개편안, 정부조직개편안이 처리돼야 하는 만큼 야당의 협조를 구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이런 예상을 비웃듯 정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내란의 늪에서 빠져나와 국민들에게 ‘우리가 잘못했다’고 진정어린 사과를 하라”며 “언제까지 내란당의 오명을 끌어안고 사시려나”라고 쏘아붙였다.

나아가 “이번에 내란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 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 명심하라”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정당 해산 심판 청구를 하겠다는 기존의 경고를 되풀이했다. 국민의힘을 겨냥한 내란·김건희·채해병 3대 특검법 개정안 강행처리와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필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 주재 회동에도 대야 강경입장을 전혀 굽히지 않은 것이다.

가는 말이 거치니 오는 말도 거칠 수밖에 없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나 “너무나 실망스럽다”면서 노골적인 혹평을 내놨다. 특히 이 대통령의 전날 회동에서의 발언을 인용해가며 정 대표의 연설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협치의 마중물이 돼야 했을 이 대통령 주재 회동이 대여공세의 빌미로 전락한 것이다.

장 대표는 전날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 오찬회동을 언급하며 “이 대통령은 정 대표에게 여당이 더 많은 것을 가졌으니 양보하라고 했는데 연설 내내 국민의힘을 없애겠다는 이야기만 반복했다”면서 “이 대통령에게 청년 고용을 제고할 대책을 주문했고 긍정적 검토 답변을 받았는데, 정 대표 연설에는 청년도 미래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어제 협치를 위해 손잡고 약속했던 것을 하루아침에 뒤집는 이런 정치는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오는 10일에는 장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선다. 정 대표의 날이 선 연설에 맞불을 놓고, 민주당이 다수의 쟁점법안들을 밀어붙일 태세라 협력보다는 저지하겠다는 발언들이 다수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튿날인 11일에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예정돼있다.
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이 다수의석을 동원해 의결하면 여야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이처럼 여야가 협치를 이야기한 지 하루 만에 다시 대립각을 세우고 갈등의 고리가 이어지면서, 전날 합의한 민생경제협의체가 제대로 구성·운영될지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민생경제협의체를 통해 성과를 내겠다고 공언했지만, 정당 해산 협박을 받은 국민의힘이 협조에 나설지 장담하기 어려워서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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