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의무소각 후폭풍...자본충실원칙 훼손할수도

파이낸셜뉴스       2025.09.10 15:33   수정 : 2025.09.10 16:4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회 통과가 유력한 ‘자기주식 의무소각 법안’이 금융·증권사의 재무건전성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자본총계 축소로 영업용순자본비율(NCR)과 부채비율이 급격히 악화돼 증자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중심으로 상법 개정안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핵심은 기업이 취득한 자사주를 일정 기간(6개월~1년) 내 의무적으로 소각하도록 하는 것이다. 여당 내 반발도 크지 않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 이후 자사주 매입·소각이 급증했다. 그 규모는 지난 2023년 누적 소각액 1175억원에서 2024년 4809억원, 올해 8월 말 기준 5619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또 이미 취득한 자사주를 활용한 교환사채(EB) 발행 사례도 지난 2024년 총 13건에서 올해 5월 이후 26건으로 급증했다. 실제 3차 상법개정안 논의가 예고된 지난달 25일 이후 자사주 비중이 높은 지주사와 금융주가 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단기 주가 상승으로 나타날 수 있어도 제도 시행 후 기업 재무 부담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배당가능이익으로 취득한 자사주 소각은 자본금에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특정 목적에 따라 취득한 자사주까지 강제로 소각할 경우 자본금 감소가 불가피해진다"며 "이 경우 부채비율, 자기자본비율 등 주요 재무지표가 급격히 악화되고, 금융당국 규제 지표인 NCR 하락으로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유안타증권 신현용 연구원은 “자사주 처분 선택지가 사라지면 자사주 매입은 자본 감소에서 부채비율 상승으로 연결돼 재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며 “특히 금융사의 경우 규제 지표(NCR) 악화로 증자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의무소각은 금융사의 규제 지표를 악화시켜 결국 증자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영업활동 위축과 비용 증가라는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법조계는 제도적 문제도 경고한다. 현행 상법은 자사주 취득 원인에 따라 규율을 달리한다. 배당가능이익으로 취득한 자사주는 이사회 결의만으로 소각 가능하고 자본금 감소도 없다. 반면 합병·영업양수 등 특정 목적 취득분은 소각시 자본금 감소가 발생하기 때문에 주주총회 특별결의와 채권자 보호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개정안은 이 같은 절차를 무력화해 ‘자본충실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자본금 감소는 기업 존립과 직결된 중대한 사안이다. 이를 이사회 결의로만 처리한다는 건 상법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며 “주주의 재산권과 직결된 사안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헌법상 재산권 침해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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