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대회 출전한 중학생 의식불명…분노한 父, 링 위에서 자해

파이낸셜뉴스       2025.09.09 15:50   수정 : 2025.09.09 15:4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제주에서 열린 전국복싱대회에서 10대 선수가 경기 중 쓰러져 엿새째 의식불명 상태인 사실이 알려졌다. 분노한 선수 아버지는 대회장에서 자해를 시도해 경찰에 체포됐다.

9일 서귀포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4시쯤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공천포전지훈련센터에서 열린 제55회 대통령배 전국시도복싱대회 중등부 경기 중 A군이 쓰러졌다.

A군은 주최 측인 대한복싱협회가 마련한 사설 구급차를 타고 서귀포의료원에 이송됐지만 현재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A군의 아버지 B씨가 전날 오전 11시40분쯤 해당 대회 경기장에서 자해를 시도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B씨를 공공장소 흉기 소지죄로 체포했다. B씨는 이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치료를 받아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A군의 가족은 대회 운영과 응급조처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선수가 1라운드에서 다운됐지만 경기가 중단되지 않아 사고가 났고, 사설 구급차 이송으로 인해 시간이 지체돼 상태가 악화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A군 어머니는 연합뉴스에 "복싱 대회는 다치는 선수가 워낙 많은데, 119구급차가 아닌 사설 구급차가 대기하고 있던 게 이해가 안 간다"며 "아들은 다친 직후 명확한 뇌 손상 징후를 보였는데, 경기장에서 병원까지 이동하는 구급차가 중간에 길을 잃고 신호를 다 지키고 가서 30분이나 소요됐다"고 말했다.

경기가 열린 서귀포다목적체육관에서 서귀포의료원까지는 10㎞가 채 안 되는 거리로, 현지 주민에 따르면 평소에는 자동차로 20분도 안 걸린다는 설명이다. 이에 A군 가족 측은 구급차가 이송했는데 오히려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이송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요청한 당일 실내 블랙박스 영상도 아직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A군의 어머니는 "의료진이 수술 중 사망할 가능성도 절반이나 된다고 했는데, 다행히 수술은 잘 됐다“며 ”하지만 상태가 안 좋아지고 있다. 원래부터 건강했던 아들이라 반드시 깨어날 거라고 생각한다"고 아들의 태를 전했다.


한편 대한복싱협회의 상급 기관인 대한체육회는 8일 해당 사건을 인지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대한복싱협회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대회마다 119구급차가 대기하는 건 어려워서 사설 구급차 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다"면서 "대처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확인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불행한 사고로 쓰러진 학생 선수의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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