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ETF '머니무브'… 고평가 성장주 떠나 저평가 가치주로
파이낸셜뉴스
2025.09.10 18:00
수정 : 2025.09.10 18:00기사원문
세계 경기둔화·정책 불확실성에
안정성 갖춘 상품에 자금 몰려
귀금속·채권·배당주 '쏠림' 심화
美 성장주 ETF는 8주만에 순유출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저평가 매력이 부각된 가치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단기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진 성장주 대신 상대적으로 안정성과 저평가 매력을 갖춘 종목에 자금이 쏠리면서 시장의 투자축이 재편되는 양상이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미국 ETF 시장에서 집계된 주식형 ETF 순유입 자금은 총 39억달러(약 5조4000억원)에 달했다.
통상 가치주는 실적이나 자산가치에 비해 주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기업을 말한다.
전통적으로 금융, 산업재, 소재, 경기소비재 등 경기 민감 업종이나 배당 성향이 높은 기업들이 포함된다. 성장주처럼 미래 이익 증가에 대한 프리미엄을 받기보다는 현재 펀더멘털 대비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는 종목군이다.
지난 8월 한 달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가치주 지수도 3.4%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화투자증권 한시화 연구원은 "지난주(1~4일 기준) 국내 ETF 시장에 미국 증시를 추종하는 ETF를 중심으로 3억4000만달러(약 4700억원)가 유입됐다"며 "성장주의 단기 부담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방어적이면서도 저평가 매력이 있는 가치주와 대형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연구원은 "앞으로도 성장주 프리미엄이 부담으로 작용할 경우 가치주 중심의 자금 이동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대형 가치주 ETF와 배당주 중심으로 안정성과 저평가 매력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가치주 선호 현상이 단순한 스타일 로테이션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정책 불확실성, 성장주 밸류 부담 등 구조적 요인 때문에 좀 더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미국 현지 거래 주간에 귀금속 ETF에는 28억달러(약 3조8000억원), 채권 ETF에는 104억달러(약 14조4000억원)가 각각 유입되며 안전자산 선호도가 나타났다. 미국 8월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이 2만2000명에 그치고 실업률이 4.3%로 소폭 상승하면서 금리가 하락했고, 단기 국채를 중심으로 자금이 몰린 결과다.
미래에셋증권 윤재홍 연구원은 "금과 은을 비롯한 귀금속 채굴 ETF와 글로벌 바이오 섹터가 두드러진 강세를 보였다"며 "채권형 ETF와 배당성장, 커버드콜 ETF로도 자금이 흘러들고 있는 점이 특징"이라고 전했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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