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는 무슨 협치, 공격과 비방으로 끝난 대표 연설

파이낸셜뉴스       2025.09.10 18:31   수정 : 2025.09.10 18:31기사원문
정청래 "위헌정당 해산 심판 대상"
송언석 "일당독재 구축" 맞받아쳐



올해 정기국회 여야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마무리됐다. 화합과 협치에 대한 일말의 기대는 무산되고 여느 해와 다름없이 상대방을 시종일관 공격만 하다 끝나고 말았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지난 시점에서 우리 정치를 되돌아보면 전 정부 때와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후진적 정치를 답습하고 있다.

먼저 연설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9일 국민의힘을 향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해산 심판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고 쏘아붙였다. 그러자 10일 국회 연단에 선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자신들의 전매특허인 '내란 정당' 프레임을 씌워서 야당 파괴, 보수 궤멸의 일당 독재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두 대표의 연설은 미래를 위한 정책 제언보다는 막말성 언어로 상대를 협박하고 모독하는 데 집중됐다. 특히 민주당 정 대표는 전날 이재명 대통령과의 3자 오찬 회동에서 느껴졌던 협치의 분위기를 하루 만에 뒤집는 언사를 서슴지 않았다. 야당인 국민의힘이 '표리부동' '양두구육' '나홀로 독재당'이라고 반격할 만도 했다고 본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동에 대한 수사는 특검이 구성돼 어떤 장애물도 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제 '내란' 혐의에 대한 수사는 특검에 맡겨두고 정치권은 민생과 경제를 돌보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인데도 여당은 야당을 궁지로 몰며 말 그대로 궤멸시키려 들고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가담 세력을 국민의힘 전체와 동일시하는 것은 야당이 재기하지 못하도록 싹을 자르려는 듯한 행동과 다름없다.

집권 여당은 지금 노란봉투법 등 입법을 포함한 모든 것을 자신들의 뜻대로 밀어붙이고 있다. 소수 의석을 가진 국민의힘은 여기에 대항력을 상실한 상태다. 여당은 검찰을 없앤 데 이어 사법부마저 개혁의 이름으로 좌지우지하려는 태세다. 이 대통령이 도리어 제동을 걸고 속도를 조절하라고 주문하는데도 여당의 브레이크 없는 폭주는 멈출 줄 모른다.

"중대한 입법을 여야 합의도, 사회적 숙의도, 국민 동의도 없이 밀어붙인다"는 송 원내대표의 발언은 틀린 말이 아니다. 검찰 개혁에 국민의힘도 반대하지 않고 대다수 국민의 의사도 마찬가지다. 여당이 대통령의 말까지 무시하고 속전속결로 밀고 나가는 것은 어떤 이견과 충고, 제언도 듣기 싫다는 의사의 표현일 것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소수의 의견도 귀담아듣고 존중하는 게 민주주의다. 그러지 않으면 전제와 독재와 같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위헌 논란이 있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도 각계 의견을 경청한 뒤 결정하는 게 바른 방향이다.


다수의석을 앞세운 여당의 일방 독주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형식적으로라도 반대 세력, 다른 의견을 듣고 숙의 과정을 거쳐야 절차적 정당성을 얻는다. 언젠가 자신들이 만든 법과 제도에 의해 부메랑을 맞을 수도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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