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영공 침범에 유럽 '강경 연대'…러시아는 책임 부인
파이낸셜뉴스
2025.09.11 13:51
수정 : 2025.09.11 13:48기사원문
폴란드 "러 드론 3∼4대 격추…나토 긴급협의" 우크라 "우발적 1대 아냐…러, 최소 8대로 폴란드 공격" 러 "폴란드의 주장은 근거 없는 믿음" 유럽 "이번 사태의 원인은 러의 도발" 영 "폴란드 방공 강화 방안 검토"
폴란드 "러 드론 3∼4대 격추…나토 긴급협의"
폴란드 정부는 10일(현지시간) 오전 총 19차례 자국 영공 침범 드론을 확인했고, 이 가운데 드론 3~4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강경 대응에 나선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조약 제4조 발동을 요청했다며 "동맹국들과의 협의는 나토조약 4조 발동을 공식 요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나토조약 4조는 영토 보존, 정치적 독립 또는 안보를 위협받은 동맹국이 긴급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우크라 "우발적 1대 아냐…러, 최소 8대로 폴란드 공격"
격노한 폴란드 정부의 입장에 러시아라는 '공공의 적'을 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가세했다.
10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엑스(X)에 "러시아의 이란제 샤헤드가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영공에서 작전을 수행했다"며 "우발적일 수 있는 1대의 샤헤드가 아닌, 폴란드를 겨냥한 최소 8대의 공격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스크바는 항상 가능성의 한계를 뛰어넘어 왔으며, 강력한 대응을 마주하지 않으면 새로운 단계의 긴장 고조가 이어진다"며 "오늘 또 하나의 고조 행위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추가 행위 여부는 전적으로 대응 강도 조율에 달렸다"며 "러시아는 전쟁을 확전시킬 수 없으며 종료돼야 한다는 것을 느껴야 한다"고 서방의 대러시아 공세 강화를 촉구했다.
러 "폴란드의 주장은 근거 없는 믿음"
10일 러시아는 "폴란드 영토에 있는 목표물을 파괴할 계획은 없다"며 자국 드론이 폴란드 영공을 침범했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러 국방부는 폴란드 국경을 넘었다는 러시아 드론의 최대 비행 범위가 700㎞를 넘지 않는다는 것을 그 근거로 들었다. 다만 외신들은 "러시아가 드론으로 국경에서 700km 이상 떨어진 우크라이나 서부를 공격한 적이 있다"고 즉각 반박했다.
이에 러 외무부도 국방부의 성명 내용을 재차 언급하면서 "이러한 구체적인 사실들(해당 드론의 최대 비행 범위 한계 등)은 폴란드가 우크라이나 위기를 더욱 악화하려고 퍼트리고 있는 근거 없는 믿음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호소했다.
또 타스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 역시 이날 브리핑에서 폴란드 영공에서 발생한 드론 격추 사건이 도발일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우리 권한 밖의 일이므로 논평하지 않겠다"고 일축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럽 "이번 사태의 원인은 러의 도발"
도발이 아니라고 선 그은 러시아의 입장과 달리, 10일 유럽은 이번 사태의 원인을 러시아의 도발로 규정하며 폴란드에 대한 전적인 연대를 표명했다.
이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에서 한 연례 정책연설 도중 "10기가 넘는 러시아 드론이 폴란드, 그리고 유럽 영공을 무모하며 전례 없는 방식으로 침범했다"고 비판했다.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엑스에서 "폴란드가 자국의 주권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한 것은 옳은 일"이라고 거들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취재진과 만나 폴란드와 공조 국가들의 격추 작전이 "매우 성공적"이었다면서 "우리가 나토의 모든 영토 구석구석을 방어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성명에서 "러시아가 나토와 EU 회원국인 국가에 있는 사람들의 목숨을 위태롭게 했다"고 비판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러시아가 이런 무모한 행동을 중단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조만간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대화할 예정이라며 "우리는 동맹국의 안보에 대해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러시아의 침략과 도발은 유럽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덴마크는 우크라이나, 폴란드, 그리고 모든 나토 동맹과 연대한다"고 엑스에 적었다.
심지어는 친러 성향인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조차도 이날 이례적으로 입장을 냈다. 오르반 총리는 러시아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최근의 드론 사건에 대해 폴란드와 전적으로 연대한다"면서 "폴란드의 영토적 완전성을 침해하는 것은 용납 불가"라고 말했다.
유럽은 즉각 방공망 강화 논의에도 착수했다.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은 이날 오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유럽 5개국(E5,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폴란드) 국방·안보장관 회의에서 방공 강화 선택지를 검토하도록 영국군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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